19일 생포된 무아마르 카다피(사망) 전 리비아 국가원수의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이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아닌 리비아 국내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될 전망이다.
22일 AFP통신은 모하메드 알 알라귀 임시정부 법무장관을 인용, “리비아가 사이프 알 이슬람을 ICC로 송환하지 않을 것”이라 보도했다. 사이프 알 이슬람의 신병을 인도받기 위해 리비아로 급파된 루이스 모레노 오캄포 ICC 수석검사 역시 “리비아는 카다피의 아들을 국내에서 처벌할 수 있으며, ICC는 그 과정을 돕겠다”며 송환 포기 의사를 내비쳤다.
카다피 정권에서 2인자 역할을 했던 사이프 알 이슬람은 올해 2월 반정부 시위에서 유혈진압을 주도한 혐의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ICC의 수배를 받아 왔다. 사이프 알 이슬람 생포 직후 ICC는 재판 관할권을 주장하며 신병 인도를 요구했지만, ICC 회원국이 아닌 리비아로서는 이 요구를 받아들일 의무가 없었다. 또 리비아 임시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 받은 전 정권 핵심인사의 신병을 외국에 넘겨줬을 경우 생겨날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서방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자국 안에서 사이프 알 이슬람의 재판을 진행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이프 알 이슬람의 헤이그 송환이 무산될 경우 대량학살을 자행한 독재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에도 불구, 주권 국가들의 비협조 때문에 무기력함을 노출했던 ICC의 한계를 다시 한 번 입증하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영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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