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없이 국내 선수들끼리 맞붙으면 언제든 이길 수 있다."
속절없이 시즌 8연패를 당해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던 상무신협 최삼환 감독의 소망이 마침내 열매를 맺었다.
상무신협이 특유의 군인정신을 앞세워 지난해 정규리그 챔피언 대한항공을 3-2(18-25 28-26 30-28 23-25 18-16)로 꺾고 8연패 끝에 귀중한 첫 승을 거뒀다.
상무는 22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1~12시즌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강동진(20점)과 김진만(15점)의 알토란 같은 35득점을 앞세워 김학민(40점)과 곽승석(24점)이 버틴 대한항공에 역전승을 따냈다. 5세트 중 3세트가 듀스접전일 정도로 혈투였다. 상무는 권혁모와 김나운이 각각 14점으로 뒤를 받쳤고 김태진(12점) 신으뜸(7점)도 19득점을 보태는 등 공격루트를 다양화해 상대 블로커들을 따돌렸다. 이에 반해 대한항공은 신경수가 8득점, 장광균과 진상헌이 각각 6득점만 올렸을 뿐 김학민 일변도로 화력을 집중해 단조로운 공격양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김학민은 범실을 12개나 저지르는 자충수도 함께 뒀다.
1세트를 허무하게 내준 상무의 군인정신은 2세트부터 빛을 발했다. 26-26 듀스에서 강동진의 공격이 내리 꽂히면서 세트를 가져온 것. 기가 살아난 상무는 3세트도 역시 듀스 접전끝에 따냈다. 4세트를 대한항공에 내줘 세트스코어 2-2균형을 맞춘 5세트에서 상무는 16-16에서 김학민의 범실과 권혁모의 블로킹이 터지면서 감격의 첫 승을 안았다.
최삼환 감독은 "상대 용병이 없어 충분히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다"며 "시즌 첫 승 이지만 마치 우승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슬로바키아 출신 용병 네맥 마틴(27)이 전력에서 빠진 것이 뼈아팠다. 마틴이 지난 16일 갑자기 조국의 부름을 받고 출국했기 때문이다. 2012 런던올림픽 유럽 예선전(20∼25일)을 위해 슬로바키아가 대표팀 핵심전력인 마틴을 불러들인 것이다. 대한항공은 마틴이 출국한 다음날인 17일 LIG손해보험전에서도 2-3으로 역전패 한 바 있다.
앞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는 흥국생명이 주포 미아(24점)의 맹폭으로 도로공사를 3-0(25-14 25-17 25-14)으로 완파하고 꼴찌에서 벗어났다. 흥국생명은 이로써 시즌 3승째(4패)를 챙겨 GS칼텍스(2승5패)를 제치고 최하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1세트를 몸풀듯 따낸 흥국생명은 2세트에서 10-14까지 끌려갔다. 하지만 이후 내리 10점을 뽑아 순식간에 20-14로 전세를 뒤집는 저력을 보여줬다. 흥국생명은 3세트에서도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여유 있게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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