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복지'입니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드렸고 또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어느 때에는 '민주복지국가의 건설'이 국정의 목표로 설정되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나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같은 '사회보험'을 통해 국민들이 노령, 질병, 실업, 재해와 같은 사회적 위험에 처했을 때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드렸습니다. 기초생활보장과 의료급여와 같은 '공적부조'를 통해 자신의 소득만으로는 최저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빈곤층들에게 국가의 재정으로 일정한 생활비와 의료비를 지원했습니다. 최근엔 맞벌이 부부를 위한 보육서비스도 계속 확대해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내가 한 역할에 대해 큰 보람을 느끼며 지내왔고, 앞으로 할 일에 대해서도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나는 매우 우울합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나를 염려하고 때로는 비난하기 까지 합니다. '복지'와 '포퓰리즘'이 같은 의미인 것 처럼 얘기하면서, 나라 재정을 생각지 않는 무책임한 정책이라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나의 영문이름은 웰페어(welfare)이지, 포퓰리즘(populism)이 아닙니다.
나는 나를 지나치게 많이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걱정을 합니다. 내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국가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국가재정은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사람들이 나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지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최근 들어 복지에 대한 우려가 언론에서 자주 보도되고 있다. 특히 무상보육, 무상의료, 무상급식등 무상복지 정책과 함께 반값 등록금 논쟁이 가세하면서 과잉복지에 대한 우려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는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말하면서 복지가 마치 포퓰리즘과 동일한 것처럼 표현함으로써 과잉복지로 인한 국가재정 파탄과 노동의욕 감퇴 등 복지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만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는 그동안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뒷받침해 온 매우 소중한 제도이며, 앞으로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맞아 더욱 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해야 할 제도이다.
세간의 우려처럼 복지는 많은 재정투자가 소요될 뿐만 아니라 복지의 성격상 불가역성이 있기 때문에 복지정책을 국가 재정능력 이상으로 확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복지를 포퓰리즘이라고 비난만 하면서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것도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국민들은 1970년대식의 급속한 경제발전만을 원하지 않는다. 과거 절대빈곤에서 헤어나기 위해선 경제발전이 지상의 국가 목표일수 있었으나 현시대의 많은 국민들은 경제발전과 함께 그 과실의 적절한 분배도 동시에 원하고 있다. 중소기업, 영세상인, 저소득층들에게도 경제발전의 혜택이 돌아가서 중산층이 두터워지고 소득의 양극화가 완화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므로 경제발전을 위한 정책과 함께 적절한 분배정책, 적절한 복지정책이 동시에 펼쳐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과잉 복지를 포퓰리즘이라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복지정책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등 사회보험제도의 건실한 운영과 발전, 저소득층이 빈곤에서 탈출해 중산층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공적부조제도의 개혁, 일부 남아있는 복지사각지대의 해소, 그리고 저출산ㆍ고령화에 대비한 대책 등 국민들의 복지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국가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대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유영학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보건복지부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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