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도발 1년이 지났는데도 젊은 해병용사들의 투혼은 여전히 심금을 울린다. 모자에서 날아가 나무에 박힌 해병대 모표는 처절하고 급박한 당시 상황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마지막 휴가 길에 부대로 뛰어 되돌아가던 서정우 하사의 유품으로 추정되는 모표다. 방탄모와 얼굴이 타들어가는 것도 모른 채 싸우던 장전수, "더 급한 동료부터 옮기라"던 부상병, 포화에 온몸을 노출한 채 K-9 포탐을 오르던 사수,… 생각하면 모두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장면들이다.
그뿐인가. 치료 뒤 주변의 만류에 "해병대여서 살아남았다"며 끝내 연평부대로 복귀한 부상병들, 도발소식에 유학을 중단하고 해병대에 입대한 쌍둥이형제, 식당에 '11월23일.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는 글귀를 붙여놓고 하루 세 번씩 각오를 다지고 있는 병사들…. 생사가 갈리는 전투상황을 수없이 전해 듣고 보면서도 굳이 해병대에 지원하겠다는 숱한 젊은이들의 대열은 또 어떤가. 연평도 도발 이후 해병대 지원율은 최고 4대 1 이상으로 치솟았다. 사고와 행동이 자유분방하면서도 적어도 국가안보에 관한 한 결연한 자세를 보이는 이 젊은이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의 희망이다.
이제 국가는 이들에게 답해야 한다. 이 나라가 그렇게 목숨을 내걸고 싸워 지킬 가치가 있음을 확신하게 해 주어야 한다. 기성세대 모두가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이다. 그런데도 당시 죽음을 무릅쓰고 싸운 부상병들마저 외면하는 정부의 옹졸한 처사는 기가 막힌다. 심지어 치료 받으러 간 병사에게 "상이등급을 올리려 왔느냐?"고 모욕했다는 사례에서는 부끄러움을 넘어 분노마저 치민다. 이래서야 어떻게 국가를 위한 희생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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