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22일 부자 증세로 비유되는 이른바 ‘버핏세’ 도입 논란과 관련, “(가진 자들이) 같은 세금을 내는 것은 옳지 않다”며 “지도층과 가진 자들이 자기 것을 빼앗긴다고 생각하지 말고 사회를 위해 양보한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집권 여당 대표가 소득세 최고세율 신설을 골자로 한 ‘한국판 버핏세’ 도입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이날 한반도선진화재단 주최 국가전략포럼 강연에서 “한나라당 젊은 의원들이 버핏세를 만들자. 소득세율 최고구간을 신설해 그분(부자)들이 좀 더 돈을 내는 방향으로 소득세법을 개정한다고 하니까 반발이 심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현재 한나라당 내에선 정두언 의원 등 쇄신파를 중심으로 “야당에 앞서 버핏세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 대표는 “지금 소득세법은 28년 전인가 구간을 정했는데 최고구간인 8,800만원을 버는 사람이나 그 이상 100억원을 버는 사람이나 세금이 똑같다”면서 “그런데 그때는 소득 1분위가 1만 명이었으나 지금은 29만 명에 달한다”고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증세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몽준 전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해 “(돈이) 있는 사람이 더 내자는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최고구간 신설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을 실었다. 또 김성식 의원은 “부유세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소득변화에 따른 과표 구간을 정상화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 정책위와 대다수 소속 의원들이 아직 이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최종 채택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기자와 만나 “아직 논의 진행 과정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좀 이른 감이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친이계 정책통인 나성린 의원은 “경제는 심리인데 국부 창출 집단들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고, 친박계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도 “종합적 검토 없이 단순히 부자들이 잘 지내니깐 더 세금을 부담하라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홍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나는 보수우파들이 앞으로 20년 더 집권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정치를 하고 있다”며 “내가 받은 역사적 소임은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다시 다수당이 되고 대선에서 재집권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에게 “박 이사장의 말을 잘 듣겠다 .우리가 좌파도 아닌데 딴 살림 차릴 필요가 있나”고 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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