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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안철수 태풍과 상식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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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안철수 태풍과 상식의 정치

입력
2011.11.2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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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태풍은 계속되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서울시장 보선을 거치면서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시소게임을 벌이고 있다. 대선의 '대'자도 꺼내지 않은 비(非)정치인이 대선 가도에서 선두를 달리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정치권 확 바꾸는 안철수 바람

안풍(安風)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우선 '박근혜 대세론' 에 경고등이 켜졌다. 박 전 대표 자신은 최근 "원래 대세론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측근들이 얼마 전까지 '대세론'에 젖어 뻣뻣하게 지내온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박 전 대표 측은 '대세론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것 같다.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박 전 대표는 이제 대중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안철수 바람은 기성 정치권 전체를 흔들고 있다. 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정치권 바깥에 있는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그동안 여야는 자신들끼리 싸우거나 담합하곤 했다. '그들만의 리그' 였다. 하지만 안철수 바람이 분 뒤에는 여야 모두 함께 심판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기 시작했다. 또 투표 참여가 저조했던 젊은 층과 무당층의 가슴에 희망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제 관심은 태풍의 진로에 모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안 원장이 과연 내년 대선에 출마할지 여부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대선 도전 의지를 갖고 있다면 언제쯤 정치권에 발을 담글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이 같은 물음에 대해 안 원장은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그는 최근 편지를 통해 재산 사회 환원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22일 처리될 때까지 상당 시간 최대 쟁점이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입장을 표명한 적이 없다. 안 원장의 뜻을 대신 전해줄 측근도 그에게는 없다.

물론 그는 현재 정치인이 아니다. 때문에 이 같은 물음에 답해야 할 의무는 없다. 또 안 원장이 자신의 정치적 청사진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안 원장의 진로 문제에 대해 "그것이 알고 싶다"고 말하고 있지만, "안 원장도 자신의 뜻을 아직 알 수 없을 것"이라는 대답이 더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침묵이 허용되는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다. 안 원장이 가장 즐겨 쓰는 단어인 '상식'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지난달 24일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게 건넨 편지에서 '선거 참여야말로 상식이 비상식을 이기는 길'이라고 했다. 내년 초에 대선 레이스가 시작될 경우에도 안 원장이 계속 모호한 태도와 '안개 화법' 을 유지한다면 그것은 상식에 어긋나게 된다. 내년 1월 초 대다수 신문에는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 결과가 나오게 된다. 그 때도 지지율 1위나 2위를 기록했는데도 계속 정치 현안에 대해 침묵한다면 국민들은 대선주자들을 비교 평가하거나 검증하기가 어렵다. "내년 가을 이후 뜻을 밝힌 뒤 TV토론 등을 통해 보고 판단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설득력이 없다. 한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를 뽑는 과정에서는 '수능시험 결과'뿐 아니라 '내신성적'과 인성까지 고루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상식에 따라 깃발 분명히 들어야

안 원장의 '빛과 그림자'를 고루 평가하려면 최소한 1년 정도는 지켜봐야 한다. 대통령제의 교과서라는 미국에서는 대선주자를 검증하는 데 1년 6개월 가량 걸린다. 대다수 대선주자가 대통령선거 2년 전에 출마 의사를 밝히고 1년 6개월 전부터 TV토론에 들어간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프라이머리(예비선거)는 대선이 있는 해 1월부터 시작된다. 대선주자 검증과 선출에 이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 안 원장도 대선 레이스의 상식을 따랐으면 한다.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설 전에는 정치권 진출이나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어느 정도 운을 떼는 게 좋다. 기왕 뜻을 세웠으면 분명히 깃발을 들어야 한다.

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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