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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첫얼음이 얼었다는 소식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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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첫얼음이 얼었다는 소식을 듣고

입력
2011.11.2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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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에 첫얼음이 얼었다고 합니다. 제가 사는 북위 35도까지 얼음은 시속 몇 km의 속도로 달려올지 궁금합니다. 여름이 덥고 길었듯이, 올겨울도 분명 춥고 길 것입니다. 아버지가 군인이셨기에 양산 하북면 삼감리 할아버지에게 맡겨져 유년을 보냈습니다. 할아버지는 겨울이 오기 전에 마당에 굴을 팠습니다.

그 굴이 천연의 온장고였습니다. 한겨울에도 땅속 온도는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것을 아셨기에 그 속에 무를, 알밤이며 고구마를 보관했습니다. 화롯불을 피워놓고 알밤을 구워먹던 추억을 가졌다는 것은 저의 시적 자산입니다. 가마솥에 밥을 하고 그 잿불에 고구마를 구워먹는 맛을 가르쳐준 주신 것도 삼감리입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시절 호롱불 아래에서 보낸, 뒷산에 부엉이가 우는 긴 겨울밤이 있었기에 저는 서정 시인이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당신에게 귀한 독자인 손자가 시인이 되길 진정 바라셨지만, 정작 시인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는 긴 세월 알츠하이머를 앓으며 사셨기에 시인 손자의 시를 몇 편 읽어주지 않았습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달라도 두 분은 제가 시를 쓰며 읽고 가실 것입니다. 얼음이 얼었다는 소식에 어릴 때 얼음물 따뜻하게 녹여 세수시켜주시던 두 분 생각 유난히 사무칩니다. 삼감리 뒷산에 모신 두 분의 선영에 다녀와야겠습니다. 알밤과 고구마를 잘 구워 가야겠습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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