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미국의 퀄컴이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와 손잡고 우리나라에서 전자책(e북) 사업을 시작한다. 종이책을 팔아온 교보문고가 e북 단말기 사업에까지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종이책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퀄컴과 교보문고는 22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매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자책 단말기 '교보 e리더'를 공동 개발해 국내에서 전자책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다음달 초부터 판매하는 이 제품은 퀄컴이 독자 개발한 화면표시장치 '미라솔'을 세계 최초로 장착한 전자책 단말기다. 미라솔은 태양광 같은 외부 빛을 이용해 화면을 표시하고 각종 색을 재현하기 때문에, 자체 발광장치를 통해 빛을 내는 LCD와 달리 전기가 적게 들고 강한 빛으로 인한 눈부심 현상이 적은 게 장점다.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은 "퀄컴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사업을 시작했다"며 "4년간 연구한 미라솔은 밝은 햇빛 아래서도 또렷한 화면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한 손에 쥘 수 있는 크기인 5.7인치 정전식 화면을 손으로 건드려 작동하며, 퀄컴의 1㎓ 프로세서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2.3 진저브레드 운용체제(OS)를 탑재했다. 또 동영상 기능이 들어 있어 EBS 강의 콘텐츠 등을 이용할 수 있으며, 영한 및 한영사전을 내장하고 영어문장을 소리내서 읽어주는 TTS 기능도 지원한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한 번 충전하면 하루 30분씩 이용할 경우 21일 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책은 고정형 무선인터넷(와이파이)으로 인터넷 교보문고에 접속해 구매하면 된다. 현재 전기 '스티브 잡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웃음' 등 신간 및 베스트셀러를 비롯해 9만3,000여종이 전자책으로 준비돼 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많은 출판사들이 전자책을 준비 중이어서 곧 10만 종을 넘길 것"이라며 "전자책 가격은 종이책의 40~60% 수준"이라고 말했다.
'교보 e리더'단말기는 중국에서 생산하며, 교보문고가 판매 및 사후관리(AS)를 담당한다. 인터넷은 전자책 구매 기능으로만 접속 가능하고, 응용프로그램(앱) 다운로드가 안된다는 점에서 태블릿PC와 구분된다.
판매는 교보문고 각 매장 및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하며 가격은 34만9,000원이다. 김성룡 교보문고 대표는 "이제 서점들은 디지털 시대에 또 다른 바람 앞에 서 있다"며 "전자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독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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