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한차례 올랐던 전기요금의 연내 추가 인상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최근 이사회를 열어 내달부터 평균 10%대 인상을 의결했고, "연내 추가인상은 없다"던 지식경제부 역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민생활과 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전기료를 겨울철을 코앞에 두고 올리기는 쉽지 않아 당국의 결정이 주목된다.
21일 지경부와 한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17일 김중겸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어 내달부터 평균 10%대의 전기요금 인상을 의결했다. 기존에는 정부와의 협의를 거친 뒤 확정된 인상안을 사후에 의결하는 식이었지만, 이번엔 이 같은 절차를 생략한 채 자체적으로 인상안을 처리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한전은 이번 이사회의 의결을 내부이사들이 아닌 사외이사들이 주도했다고 전했다. 지경부 역시 공식적으로 "사전에 협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주변에선 김쌍수 전 사장이 이사회 의결 등을 통해 요금인상을 적극 요구하지 않아 지난 8월 소액주주들로부터 2조8,00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당했던 만큼 사외이사들이 이를 반면교사로 삼았을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 한전 이사회의 의결이 지경부와 한전 사이의 공감대 속에 이뤄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지난 8월 전기요금을 평균 4.9% 인상한 뒤에도 줄곧 추가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지경부와 한전이 전직관료와 교수들이 주축인 한전 사외이사들을 내세워 기획재정부 등 물가당국을 강하게 압박한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 지경부는 9ㆍ15 정전대란 이후 연내 추가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1년에 두 차례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수요억제를 위해 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본 것. 지경부 고위관계자는 "물가에 미칠 영향 때문에 두 자릿수는 어렵겠지만 어쨌든 한전의 요구가 터무니없는 건 아니고 수요관리 측면에서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산업용을 중심으로 한 전기요금 인상 계획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전기요금 전체를 올리는 것보다는 훨씬 부담이 적기 때문. 또 산업용 전기요금은 ㎾당 76.6원으로 가정용(119.8원)보다 훨씬 싸고, 지난달 전력수요 증가율이 전년 대비 9.1% 증가, 주택용(0.3%)과 일반용(2.8%)을 압도하고 있어 인상 명분도 있다. 한전 역시 "이번 이사회 의결의 초점이 산업용에 맞춰져 있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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