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같은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는 게 어렵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무언가에 미치도록 빠져보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10월 교사 대상으로 하자센터가 개최한 '2011서울청소년창의서밋'의 '현장을 창의롭게 하는 아이디어 캐칭' 워크숍에 참여한 한 교사의 말이다. 이처럼 많은 교사들은 현장에서 청소년을 만날 때 가장 어려운 점으로 '공감대 형성의 어려움'을 꼽는다. 그래서 창의적인 수업이 필요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창의교육팀 기획자들은 현장의 교사들이 뭔가 느끼고 얻어가기를 바라며 교사들이 함께 이런 문제를 고민하자는 취지의 워크숍을 기획했다. 한편으로는 오히려 워크숍을 준비하는 우리 자신이 창의적이지 못할까 봐 괴로움에 시달리기도 했다. 고민이 많았다. 참가한 선생님들과 과연 공감을 이룰 수 있을까? 업무량이 많은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시간을 할애해서, 처음 보는 30명의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고민을 터놓고 나눌 수 있을까. 이 프로그램이 공허함에 그치면 어떻게 하나. 우리도 기획자로서, 10대 참가자가 아닌 선생님들로부터 평가받는 상황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왜 교사들과 공감하는 일이 절실했을까? 그것은, 공감이 소통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을 통해 공감을 얻는 일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사진작가 필립 퍼키스는 <사진강의 노트> 에서 배움에 두 가지 과정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학생을 갓 태어난 아이나, 빈 항아리로 가정하는 것이다. 이때 배움은 백지를 채워 넣는 것과 같다. 다른 하나는 사람이 태어날 때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교육은,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숨은 것을 드러나게 하고, 어렴풋한 것을 명확히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퍼키스는 두 번째 이론에 바탕을 두고 강의한다. 사진강의>
이번 워크숍을 지켜보며 우리 역시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사실 기획자들이 준비했던 최초의 질문은 "내가 현장에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점은?"이었다. 하지만 이미 교사들이 '알고 있다'고 믿어보기로 한 뒤 화두는 "내가 현장에서 아이들과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은?"으로 바뀌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선생님들은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 있나 하는 회의가 들었다'거나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어 괴롭다'는 고민을 터놓기 시작했다.
상대에 대한 믿음, 열린 마음, 진지한 태도는 어떤 변화를 이뤄내는가. 마이너스(-)로 생각했던 것을 플러스(+)로 바라보는 바로 그 지점에서, 공감은 일어난다.
장혜령ㆍ하자센터 창의교육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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