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불리 손댄 도박이 재중동포의 코리안드림을 앗아갔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서울힐튼호텔 카지노 옥상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뒤 뛰어내려 사망한 이는 조선족 권모(56)씨로 확인됐다"며 "정확한 유전자 감식 결과가 나오는 대로 시신을 가족에게 인계할 것"이라고 21일 밝혔다.
시신이 크게 훼손돼 지문 확인 등에 어려움을 겪던 경찰은 시신 품속에서 발견한 타다 만 카지노 출입증을 바탕으로 권씨의 신원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등록 주소지를 탐문한 결과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권씨 누나(63)의 소재를 확인했다"며 "누나 권씨가 분신한 권씨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누나 권씨는 짧은 발가락을 보고 한눈에 동생임을 알았다고 한다.
경찰과 누나 권씨에 따르면 권씨는 2009년 초 한국에 들어왔다. 누나 권씨는 "돈을 벌어 보겠다며 중국에 올케와 조카(딸)를 두고 혼자 나와 수도권 일대의 고깃집을 전전했다"며 "다니던 식당이 망해 밀린 월급을 못 받은 일도 있었지만 다른 식당으로 옮겨 일을 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동생이 한 달에 이틀 정도만 쉴 정도로 열심히 살았지만 그때마다 심심풀이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찾더니 결국 일이 이렇게 됐다"고 흐느꼈다.
권씨의 불행은 일찌감치 예고됐었다. 올 초부터는 누나에게서 돈을 빌리는가 하면 중국에 있는 딸로부터도 송금을 받기도 했다. 누나는 "동생이 올 초 '급한 일이 있다'면서 800만원을 빌려갔다"며 "그 때 말리지 못한 게 한"이라고 했다. 권씨는 최근 두 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돈(300만원)을 한번에 잃으면서 괴로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는 18일 오후 11시 50분쯤 호텔 진입로 주차장 오른쪽에서 온 몸에 불이 붙은 채 쓰러져 있었으며 지나가던 택시기사 신모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이정현기자 joh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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