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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필드' 핵심전범 4인 32년 만에 법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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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필드' 핵심전범 4인 32년 만에 법정으로

입력
2011.11.2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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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대학살로 악명을 떨친 크메르루주의 핵심인사 3명이 21일 법정에 섰다. 영국의 BBC 등 외신은 대학살 속에서도 살아난 생존자를 비롯해 승려, 학생 등 수백 명이 재판을 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몰렸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범행 입증을 위한 증거를 제출하기 위해 법정에 나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

유엔과 캄보디아 정부가 공동 설립한 캄보디아전범재판소는 이날 폴 포트 정권의 2인자 누온 체아(84), 당시 주석 키우 삼판(80), 외교부장관 렝 사리(85) 등 3명을 법정에 세웠다. 사리의 부인이자 정권의 퍼스트 레이디로 불린 전 사회부장관 렝 티리스(79)는 치매에 걸렸다는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크메르루주 집권 당시(1975~79년) 170만명을 학살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이를 부인해왔다. 사건을 맡은 체아 레앙 검사는 4일간 열리는 재판에서 피고들의 혐의 전반을 밝혀낼 계획이다.

레앙 검사는 피고인들이 캄보디아를 대규모 노예 캠프로 전락시킨 책임이 있다며 첫날 재판을 시작했다. 그는 피고인들이 노역과 이주, 결혼 등을 강제했다고 지적한 뒤 "피고인들이 지시한 이 같은 범죄는 현대 역사상 한 나라의 국민이 겪은 최악의 사건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캄보디아 북서부 강제노동수용소에서 하루 평균 70~80명이 죽어나갔다고도 주장했다.

이번 재판은 크메르루즈 전범재판소가 여는 두 번째 재판이자 독일의 나치 전범을 단죄한 뉘른베르크 재판 이후 가장 주목 받는 세기의 재판이다. 이 때문인지 재판을 지켜본 사람들은 치솟는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크메르루주 정권에서 친척 11명을 잃은 농부 사오 쿠온씨는 이날 일찍 법정에 나와 "매우 기쁘다"며 "사건에 대해 알고 싶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알아보려고 이 자리에 왔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라르스 올슨 캄보디아전범재판소 대변인은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크메르루주 재판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결국 이렇게 피고를 법정에 세운 것 자체가 중대한 이정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유엔이 파견한 앤드류 케일리 검사는 "한 나라를 대재앙으로 몰고 간 권력자는 반드시 단죄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세계에 보내는 재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판도 거세다. 유엔과 캄보디아 정부가 2006년 전범재판소를 세웠지만 지난해 7월 투올슬랭 교도소 소장을 지내며 1만5,000명 이상을 처형한 카잉 구엑 에바브에게 징역 30년형을 선고한 것이 유일한 단죄의 성과이기 때문이다. 카잉 구엑 에바브에 의해 생명을 잃은 사람들의 유족들은 그가 저지른 범죄에 비해 너무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고 분노했었다. 크메르루주 정권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한 유족은 "핵심 전범을 법정에 세우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농업유토피아를 만들겠다며 국민의 4분의 1을 죽인 크메르루주 정권의 1인자 폴 포트는 사법적 처벌을 받지 않은 채 1998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피고들의 증언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에 협조하겠다고 한 사람은 키우 삼판뿐이다. 렝 사리는 증언하지 않겠다는 뜻을 이미 밝힌 적이 있으며 누온 체아는 6월 재판 때 "불쾌하다"며 법정을 퇴장했었다.

게다가 피고들이 모두 80 안팎의 고령자인데다 건강상의 문제가 있어 핵심 혐의를 단죄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재판은 혐의에 따라 구분된 미니 재판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첫 미니 재판만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크메르루주 정권의 만행은, 학살 양민 매장지를 뜻하는 '킬링필드'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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