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에 자행된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은 우리의 영토와 국민에 대한 모욕적 도전이었다. 꽃 같은 병사와 국민들이 희생되고 생활터전이 무참하게 유린됐다. 외관으로는 어느 정도 복구됐지만 정신적 상흔은 여전히 깊게 남아있다. 돌이켜보면 당시 우리의 방비와 대응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불과 몇 달 전 천안함 폭침으로 46명 장병의 목숨을 잃고도 대비태세가 어떻게 그토록 허술할 수 있었던가. 숱한 징후를 어떻게 그렇게 외면할 수 있었던가. 도발 즉시 왜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했던가. 국가와 군 지휘부가 어떻게 그토록 무력할 수 있었던가. 국민의 자존심을 그나마 살린 것은 현장의 젊은 해병대 병사들의 투혼뿐이었다. 당시 드러난 허점들은 고스란히 보완과제가 됐다.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묻는다. 이젠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도발하든 자신이 있는가. "도발 시 초토화하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믿어도 되는가.
유감스럽지만 정부와 군의 호언에 그대로 맞장구 쳐주기는 어렵다. 물론 서북도서방위사령부가 창설돼 효율적인 통합작전이 가능해졌고 K-9 자주포 6문에 불과했던 대응화력, 육안감시장비 외에 거의 전무했던 감시능력도 대폭 강화됐다. 그러나 지난 8월 북한의 NLL 인접사격 때도 지연대응 등의 문제점은 또다시 노출됐다. 군 간의 작전영역 혼선으로 지휘계선이 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병력과 장비 운용을 둘러싼 군별 갈등도 여전하다. 무엇보다 군의 정신자세가 크게 나아진 것 같지도 않다. 중요한 군 기밀들이 예사로 유출되고 군기 사고도 끊이지 않는 것이 그 반증이다.
북한정권의 3대 세습과 소위 강성대국 원년이 겹치는 내년이 안보 측면에서 근래 가장 엄중한 상황이 되리라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북한이 또다시 도발을 자행한다면 이번에도 육지가 아닌, 바다에 면한 서북도서나 동해안 산업기지 밀집지역이 대상지역이 될 개연성이 크다. 모든 도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빈틈없는 방어 및 대응체계를 갖추고 또 갖춰야 한다. 국가안보에는 '설마'가 없다는 사실을 벼락치듯 일깨워준 게 1년 전의 연평도 도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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