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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개봉 때 관객 89명 든 예술 영화 대여료가 야하다고 1만원?

입력
2011.11.2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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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 전국 극장 한 곳에서 개봉해 단 89명이 봤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매출액은 61만9,000원에 불과하다. 영국영화 '나인 송즈'의 흥행성적은 곡소리가 날 정도다. 그런데 소리소문 없이 영화가 개봉하고 퇴장한 뒤 별스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IPTV에서 '나인 송즈'의 다운로드비는 1만원이다. 게다가 이 영화의 IPTV 방영시간은 59분. 최신작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를 3,500원 주고 안방에서 볼 수 있는 걸 감안하면 비싸도 참 비싼 영화다.

'나인 송즈'의 감독은 마이클 윈터보텀이다. 아마 그의 이름을 듣고 금방 알아차릴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는 1993년 '크래커'로 데뷔해 22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다작 감독이라 할 수 있는 그의 영화 중 '원더랜드'와 '인 디스 월드' '코드46' '관타나모 가는 길' '제노바' '킬러 인사이드 미' 등이 국내 개봉했다. 국내 관객들 귀에 익숙해졌을 만도 한데 소수의 시네필들만이 그의 이름을 반긴다.

윈터보텀은 꽤 문제적인 감독이다. 아프가니스탄전쟁의 참상과 후유증을 고발해 주목을 받았고, 여러 영화에서 파격적인 장면 묘사를 해 화제를 모았다. 2003년 '인 디스 월드'로 베를린국제영화제 대상인 황금곰상 등을 받으며 영국영화계의 미래 거장으로 꼽히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기법을 즐겨 쓰는 그는 국내에서 관객 1만명을 넘기기 힘든 일종의 예술영화 감독이라 할 수 있다.

흥행과는 거리가 먼 윈터보텀의 영화 중에서도 '나인 송즈'는 참패라 할만한 성적표를 받았다. 극장에서 쫓기듯 종영한 이 작품이 IPTV에서 황제급 대우를 받는 이유는 뭘까.

2004년 만들어진 '나인 송즈'는 영국에 유학 온 미국 여자와 영국 남자가 사랑과 음악에 탐닉하는 1년을 그린 영화다. 사랑 영화는 분명하되 카메라는 육체적인 사랑에 집중한다. 아홉 개의 노래에 따라 아홉 번의 성애 장면이 이어진다. 줄거리라 할 건 딱히 없고 남녀의 알몸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주인공들이 실제 성관계를 갖는 장면들이 나와 해외에서 개봉 당시 포르노 논란을 일으켰다. 7년이 지나서야 한국에서 늦장 개봉하고, 은밀한 거래를 하듯 IPTV에서 우대 받는 이유다.

참고로 IPTV에서 보여주는 일본 에로영화들은 편당 1,500원 안팎이다. 안방에서 3D로 볼 수 있는 국산 에로영화 '나탈리'도 3,500원이다. 자신의 작품이 극장에서 천대받고 IPTV에서 환대 받는 현실을 윈터보텀이 알면 기분이 어떨까. 예술영화도 야하면 어쨌든 비싸게 팔 수 있는 세상, 참 난감하다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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