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1일로 창당 14주년을 맞았다. 홍준표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창당기념일이지만 마냥 표정이 밝을 수 없는 게 당의 현 주소"라고 말했듯이, 생일잔치인 창당기념식은 유례없이 참석자가 적은 가운데 30분 만에 끝났다. 분위기도 무겁고 착잡했다. 그 이유는 누구나 다 알다시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심 이반을 확인했고 내년 총선 전망도 어둡기 때문이다.
이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한나라당은 쇄신을 도모하고 있다. 홍 대표도 이날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에 대해선 공감대조차 형성돼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당명 변경을 포함한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요구하고, 다른 쪽에서는 국면이 어렵다고 너무 나가면 나중에 설 자리조차 없어진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처럼 길이 보이지 않을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본다. 한나라당의 기본은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고, 그 정신과 실천 방안은 정강ㆍ정책과 당헌에 담겨 있다. 정강ㆍ정책이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면 수정하거나 폐기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실천의 문제가 남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정강ㆍ정책을 보면 법치, 자유, 시장이 중심 가치를 형성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큰 틀 속에서 법치주의 확립, 개인의 자유 확대, 시장 중시와 기업활동 보장, 양극화 해소와 사회안전망 확보, 지역주의 극복 등을 강조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후 정부의 역할 확대가 요구되곤 있지만 보수정당의 관점에서 보면 시대착오적인 내용들은 그리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실천의 결여가 문제일 수 있다. 10년 만에 집권한 이명박 정부가 법치를 자유의 억압으로 오용하지는 않았는지, 자유나 시장의 논리를 있는 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합리화하지는 않았는지, 극복해야 할 지역주의에 더 매몰되지는 않았는지부터 점검해봐야 한다. 시대사조는 보수와 진보를 오갔다는 게 역사적 경험이다. 기득권 유지나 수구적 태도는 옳지 않지만, 기본에 충실한 것은 모든 쇄신과 개혁의 출발점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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