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렌스 앤 더 머신과 비욕, 토리 에이모스, 마르게타 이글로바.
스산한 초겨울 날씨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고 있다면 한번쯤 기억해도 좋을 이름들이다. 최근 세계적인 실력파 여성 뮤지션들이 속속 새 앨범을 발표해 팬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특히 신인 밴드 플로렌스 앤 더 머신은 2009년 발표한 1집과 이번에 내놓은 2집의 두 가지 버전까지 세 앨범이 국내 한 대형 음반쇼핑몰 주간 판매차트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데뷔작 'Lungs'로 단숨에 영국 록의 기대주로 떠오른 6인조 밴드 플로렌스 앤 더 머신의 핵심은 26세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플로렌스 웰치다. 웰치는 명품 브랜드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유명한 칼 라거펠트의 선택을 받아 2012 여름/가을 컬렉션의 모델로 서며 화제를 모았다. 어두우면서도 로맨틱한 음악을 연주하는 이들의 새 앨범 'Ceremonials'는 미국 빌보드 앨범차트에서도 2위까지 올랐다. 유명 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은 "이 앨범은 웰치가 대단한 록 스타가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고 평했다.
국내에는 엽기적인 패션으로 더 유명한 비욕은 아이슬란드의 국보급 뮤지션이다. '얼터너티브 록'의 영역을 한 단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새 앨범 'Biophilia'에서 예술가로 외연을 확장한다. 이번 앨범의 키워드는 '음악과 아이패드의 결합'이다. 앨범에 담긴 10곡의 노래는 음원으로 공개되는 것은 물론 아이패드용 어플리케이션과 결합해 다양한 형태로 변형된다. 전위적인 현대음악을 연상시키는 음악에서 강렬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들려주는 음악까지 변화무쌍한 곡들이 비욕의 음악세계를 새롭게 규정한다.
1992년 데뷔해 조니 미첼을 잇는 여성 포크 뮤지션으로 자리를 굳힌 토리 에이모스의 새 앨범은 클래식 음악에서 영감을 얻었다. 바흐, 드뷔시, 에릭 사티, 슈만 등 클래식 작곡가들로부터 영향 받은 14곡의 음악은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이야기한다. 소규모 기악편성에 팝 음악의 외피를 두르고 있어서 듣기에 어렵지 않다. 앨범에 대해 궁금하다면 쇼팽의 야상곡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Cactus Practice'를 우선 들어보시길.
영화 '원스'의 여주인공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그룹 스웰시즌의 멤버 마르케타 이글로바는 솔로로 독립해 첫 앨범 'Anar'를 내놓았다. 영화에 함께 출연했고 한때 연인 사이였던 글렌 한사드와 헤어지고 난 뒤 홀로서기의 첫 발을 뗀 것. '원스'에서 그가 부른 'If You Want Me' 같은 곡들을 좋아한다면 한번쯤 들어볼 만하다. 이글로바는 솔로 앨범을 발표하게 된 계기에 대해 "뉴욕에 정착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삶도 변했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 바뀌면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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