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앞둔 학생에게서 '가출'을 통보하는 문자가 왔다. 무엇이 그를 힘들게 하는지 어렴풋이는 알 수 있었으나, 다행스러운 것은 일주일간의 시한부 가출이라는 것이다. 생각할 것이 많아 일주일간만 낯선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러니 수업에 빠지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전화 했지만 받지 않아 위로하고 격려하는 문자만 보냈다. 나는 그가 온실 같은 집을 떠날 수 있는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자신과 싸우기 위해 떠나는 아름다운 청춘에 박수를 보냈다. 답을 찾기 위해 혼자 떠나는 길, 그건 여행이 아니다. 순례도 아니다. 그 길은 고행에 가까울 것이다.
낯선 곳에서 철저하게 혼자가 되는 것, 혼자서 밥을 먹는 것, 혼자서 잠드는 것이 편안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청춘에 불편한 일도 아니겠지만 익숙하고 친숙했던 공간과 시간에서 멀어지면 자신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자신이 고민했던 문제가 보이고 정답이 아닐지라도 답에 가까운 생각을 얻어낼 것이다.
많은 청춘이 앉은 자리에서 고민하고 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라. 떠날 수 있는 것도 용기다. 떠난다면 철저하게 고독해져라. 자신에게 떠나는 일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일이다. 성숙해져 돌아올 그의 생각이 궁금하다. 나는 그가 분명히 새로운 길을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다음 강의시간에 만날 그의 환한 웃음이 보고 싶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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