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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거의 모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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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거의 모든 아침

입력
2011.11.2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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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아침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한 채 당신의 눈동자 속에는 침묵이 가득한 채 한 걸음의 높이로 떠다니는 가볍고 둥근 돌들이 당신의 하얀 발 위에 앉아 천천히 모래가 되어갈 때 당신이 바이올린처럼 작게 섬세하고 헛되고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때 거의 모든 아침은 당신이었다가 당신이 아니었다가 음률에서 나온 투명한 불꽃은 나뭇가지를 두드리고 가볍게 나뭇잎 떨어져내리고 거미줄에 걸린 날벌레 하나가 고요히 날아오르고 거의 모든 아침들 속에서 당신이 내게 건네준 몇 개의 언어들이 선명히 줄을 그으며 사라져갈 때 벽 속을 달리던 사내들이 당신의 눈동자를 열어 당신의 시선으로 성냥불을 그을 때 거의 모든 아침은 당신이었다가 당신이 아니었다가 거의 모든 아침 당신은 내게 존재하다가 존재하지 않다가

* * *

이 시는 이렇게 읽어야 합니다. 조금은 이른 아침, 집을 나섭니다. 문 앞에 떨어져 있는 신문을 집어들고 회사나 학교 방향의 반대쪽 길로 접어드는 거죠. 늘 가던 길과 반대라서 다소 낯선 나무들과 그 사이의 차가운 벤치. 거기에 앉아 신문을 펼치고 읽습니다. 바이올린처럼 작게 섬세하고 헛되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이에요. 권혁웅 시인이 <몬스터 멜랑콜리아> 에서 사랑하는 두 사람에 관해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엿듣는 사람이 없을 때에도 둘은 귓속말을 주고받을 것이다. 비밀의 참된 비밀은 그 형식에 있지 내용에 있지 않다." 그러니까 이 차가운 아침의 중얼거림은 귓속말입니다. 나는 당신의 귀였다가 당신의 귀가 아니었다가를 반복하는 행인과 나무와 공기의 귀를 향해 밀어처럼 시를 속삭이고 있습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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