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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 1년/ 전사·부상자 가족 아물지 않는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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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 1년/ 전사·부상자 가족 아물지 않는 상처

입력
2011.11.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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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전사하거나 다친 해병대 장병은 18명(전사 2명, 부상 16명). 전사자 유가족과 부상 장병들은 1년 전 고통의 기억 속에 살고 있었다.

전사자 부모들은 당시의 상처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1년이란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네요. 1년 전이나 지금이나 광욱이는 내 아들인데…." 고 문광욱 일병(당시 20세)의 아버지 문영조(49)씨는 아들이 입대한 직후 해병대 홈페이지에 "푸른 제복에 빨간 명찰 폼 나는구나, 우리 아들"이란 글을 남길 정도로 아들 사랑이 각별했다. 그러나 문 일병은 입대 후 3개월, 연평도에 배치(11월 4일)된 지 19일 만에 막사 주변에 떨어진 북한군 포탄에 부상을 입고 참변을 당했다.

문씨는 "아들의 친구들이 '광욱이가 못다한 임무를 마치겠다'면서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다"며 "그 아이들이 휴가 나올 때마다 아들 생각이 난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어릴 때부터 해병대 가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아들이었기에 해병대에 보낸 데 대해 후회는 없다"고 했다. 문씨는 23일 대전 현충원에서 열리는 1주기 추모행사와 전북 군산시와 아들의 모교인 군장대가 주관하는 시민추모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배야 꼭 떠라, 휴가 좀 가자'며 제대를 앞두고 기다리던 휴가길에 전사한 고 서정우 하사(당시 22세). 어머니 김오복(51)씨는 20일 통화에서 아들 생각이 날 때마다 아들의 미니홈피에 들른다고 했다. 그의 미니홈피는 1년 전 모습 그대로다. 김씨는"아들이 올린 사진이나 글을 보며 적적함을 달랜다. 지난 8월13일이 정우 생일이었는데 정우가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하고 그리워서 잠을 못 잤다"며 울먹였다. 지난해 11월23일 오후 3시에 출발하는 배를 타고 휴가를 떠날 예정이던 서 하사는 북한의 포격 직후 부대로 돌아가다 부상을 입고 전사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슬프고 아프기만 했던 마음이 나중에는 분노로 바뀌었다"며 "1년이 지나도 북한의 사과가 없으니 희생자만 힘든 1주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부상 장병과 가족들은 국가에 대한 서운함도 숨기지 않았다. 2차 포격 때 온몸에 파편상을 입고 의병제대한 김지용(22ㆍ당시 상병)씨의 아버지 김용식(53)씨는 "아직도 아들의 몸에 비늘 같은 파편이 셀 수 없이 박혀 있다는데 국가유공자 7급 판정을 받았다"며 "빙판에서 넘어진 군인도 7급을 줬다는 얘기가 있는데 판정이 너무 박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보험회사 직원이 부상 장병들은 보험 가입도 안 된다고 하더라"며 "몸에 남은 파편 때문에 해외 출국 때 보안검색대에서 걸려 일일이 해명을 하며, 평생 아픈 기억을 안고 살 아들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포격에 근육이 손상돼 열흘간 5차례 대수술을 받은 이민욱(20ㆍ당시 상병)씨의 어머니 이정애(45)씨도 "포탄 파편이 아들 다리의 대정맥과 대동맥을 갈랐다. 국가유공자 6급 판정을 받아 월 100만원 정도의 연금이 나온다지만 운전면허도 딸 수 없고 원하던 체육학과 진학도 못하게 됐다"며 답답해 했다.

고 서정우 하사의 동기 김용섭(22)씨는 포격 당시 K-9자주포 훈련을 하다 허벅지 부상을 입었다. 지난해 12월 전역한 그는 "치료를 위해 갔던 부산보훈병원에서는 의사에게 '국가유공자 되려고 꾀병 부리러 온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는데 화가 나 잠도 못 이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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