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심야 게임을 차단하는 온라인게임 셧다운제가 20일 자정부터 본격 시행됐다. 그러나 예상대로 효과는 미미했고, 게임업체들은 반발하고 있으며, 특히 외국계 게임사들은 납득하기 힘든 획일적 규제란 반응을 보였다.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막고 수면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온라인 게임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게임 서비스업체에서 강제 차단하는 제도다.
온라인게임 서비스업체들은 20일 자정을 앞두고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접속을 차단한다'는 메시지를 내보낸 뒤, 이날 자정을 기해 청소년 회원가입자들의 접속을 일제히 차단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게임은 성인들까지 덩달아 차단되는 등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일단 학부모들은 환영하는 입장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을 둔 주부 김 모(41)씨는 "평소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다루기 힘들었는데 강제로 차단을 해주니 부담을 덜 수 있어 좋다"고 반겼다. 중학생 남매의 어머니인 조 모(46)씨는 "맞벌이를 하다 보니 아이들이 밤늦게 PC방에 가서 게임을 해도 말리지 못했다"며 "셧다운제가 이를 막아줄 것으로 기대하는 만큼 철저하게 시행해 주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 한 고교생은 온라인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에 "12시에 온라인 게임접속이 끊어지며 튕겨 나왔지만 곧 다른 주민등록번호로 만든 아이디로 접속했다"며 "귀찮지만 게임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실제로 부모나 성인형제들의 이름으로 회원에 가입해 그 아이디로 접속하면 얼마든지 심야에도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 등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일부 이용자들은 "온라인게임만 막으면 그만인가. 더 중독성이 심한 패키지 게임(온라인에 접속하지 않고 진행하는 PC게임)을 하라는 소리냐"고 했다.
게임업계는 반발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A사 관계자는 "게임이 중요한 수출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정부가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강제 차단하는 게임을 어떻게 해외에 팔 수 있단 말이냐"며 "셧다운제가 국내 온라인 게임은 나쁜 게임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해외에 심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외국 게임개발업체들은 셧다운제 시행을 계기로 국내에서 진행하던 온라인게임 개발 및 서비스를 중단했으며, 이로 인해 직원들이 실직 위기에 내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개발자 김 모씨는 이날 트위터에 "일본 게임업체 B사가 셧다운제 때문에 국내에서 진행하던 온라인 게임 사업을 중단해 버리는 바람에 직원들이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다"며 "셧다운제는 게임업계에 재앙"이라는 글을 올렸다.
전 세계적으로 온라임 게임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사들은 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PS)3'온라인 게임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니는 청소년들을 회원에서 아예 퇴출해버렸다. 16세 미만은 신규회원을 받지 않고, 기존 회원 역시 심야는 물론 대낮에도 접속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세계 전역에서 온라인 게임을 내보내는데, 특정나라(한국) 특정연령층(16세 미만)의 특정시간대(자정~오전시) 이용만을 따로 차단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계도 기간으로 주어진 2달간만 서비스하고, 청소년 뿐 아니라 성인들도 내년 1월 말부터는 해당 시간대에 온라인게임 접속을 차단하기로 했다. 한국MS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아서 청소년들만 가려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 외국 게임사 관계자는 "청소년 게임중독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 6시간 동안 온라인접속을 차단한다고 그게 해결되겠는가"라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접근법"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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