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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로 표지판 엉망…높이제한 등 80여곳 오류" 37년간 개선 건의서 21권 낸 택시기사 손복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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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로 표지판 엉망…높이제한 등 80여곳 오류" 37년간 개선 건의서 21권 낸 택시기사 손복환씨

입력
2011.11.2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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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규칙을 어기는 운전자도 문제지만 사고를 유발하는 도로 환경도 분명 개선돼야 합니다. 경찰과 해당 관청의 무지로 아무렇게나 설치된 표지판들을 한 번 보세요."

택시기사 손복환(66)씨는 자신이 만든 A4용지 60장짜리 교통 표지판 개선 건의서를 내밀며 이같이 말했다. 한 장씩 넘기자 실제와 다른 높이제한 표지판 등 서울시내 도로 80여 곳의 오류투성이 표지판 사진과 설명이 덧붙여져 있었다.

손씨는 지난 1974년 개인택시를 몰기 시작한 이후 이번까지 벌써 스물한 권째 건의서를 냈다. "택시를 처음 몰 당시엔 서울에 택시가 500대밖에 없었어요. 도로는 한산했고 자연스레 도로 표지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운전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아 지적하기 시작한 게 지금까지 왔네요." 그는 건의서를 낼 때마다 경찰청, 국민권익위원회 등 관련 기관에 접수해왔다.

현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손씨의 택시에 올랐다. 처음 간 곳은 올림픽대로 동호대교 밑. 다리에는 분명 '통과높이 3.2m'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지만 잦은 도로포장으로 바닥이 높아진 탓에 차들이 부딪혔는지 표지판 아랫부분에 긁히고 찌그러진 흔적이 선명했다. 손씨는 "높이제한 오류 표지판은 올림픽대로 천호대교, 북한남 3거리 인근 등 서울 시내 전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교차로 유턴 표지판, 화곡로 강서구청 앞 노면에는 '천천히' 표시가 각각 영문으로 쓰여 있어 운전자들을 갸우뚱하게 하고 있었다.

손씨는 이 같은 실태를 알리기 위해 같은 장소를 최소 세 번씩 방문했다고 한다. 기름값과 시간도 꽤나 들였다. 현장을 정확히 기록하기 위해 운전대 가운데에 고무줄로 메모지를 고정시켜 놓고 수시로 적고 있다. "도로를 지나가다 제 지적 덕분인지 우연히 바뀐 표지판을 볼 때면 보람이 든다"는 그는 "하지만 관계기관들은 대부분 지적을 수용한다면서도 예산 문제로 난색을 표할 때 많다"며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그는 건의를 멈출 생각이 없다. "이건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니까요. 공무원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진다면 사고는 크게 줄 겁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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