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근친 성폭행 언제까지… 친권상실제 있으나 마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근친 성폭행 언제까지… 친권상실제 있으나 마나

입력
2011.11.20 17:34
0 0

2006년 초등학생인 친딸을 다섯 번이나 강간해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5월 출소한 김모(44)씨. 하지만 그의 범행은 출소 후에도 멈출 줄 몰랐다. 김씨는 지난 7월 서울 양천구 신월동 자신의 집에 놀러 온 딸의 친구 최모(16)양을 강간해 또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의 추가 범행은 출소 후에도 피해자인 친딸과 같이 살았기에 저질러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미성년인 딸에게 도저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지만 딸은 출소한 가해자 아버지와 함께 살 수밖에 없었고, 김씨는 그 사이 또다른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근친 성폭행 범죄 건수는 총 1,758건에 달한다. 가해자 10명 중 8명(79.6%)은 피해자의 아버지였다. 근친 성폭행 신고를 꺼리는 상황을 감안하면 드러나지 않은 범죄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피해자를 보호할 제도는 있지만 효율적으로 가동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근친 성폭행 피해자 보호를 위한 대표적 제도는 친권 상실 청구제도. 2007년 8월 도입된 이 제도는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친권자나 후견인이 성범죄 가해자일 경우 검사가 그에 대해 친권 상실 선고를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도입 2년이 지난 2009년 9월에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서 처음 청구됐고, 최근 3년간 청구 건수도 54건에 그쳤다.

검찰 관계자는"친권자의 권리 박탈 문제라 신중할 수밖에 없고 가해자가 계부(의붓아버지)인 경우 친권자가 아니라 권리 박탈을 청구하지 못하는 등 여러 제약도 있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 제도는 접근금지 명령과 달리 가해자가 피해자를 만나도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에 성범죄를 직접 저지할 수 없는 것이 한계"라고 말했다.

전국 19곳의 성폭력 피해자 쉼터도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쉼터에 오는 이들은 가정이나 주변에서 관심과 도움을 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피해자 대부분이 쉼터 이용절차를 잘 모르는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근친 성폭행처럼 가족 내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 피해자들이 방치되면서 쉼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가해자를 두둔하는 일부 가족이 문제 해결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동부지검은 3년간 계부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 A(19)양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A양의 친모가 "A양이 계부를 유혹했으니 A양을 조사하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사실을 알게 됐다. 동부지검은 가족을 대신해 A양을 복지센터에 입소시키고 임대주택을 알아봐주는 등 지원에 나섰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A양의 친모는 딸이 성폭행 당한 사실을 알면서도 방관했다"며 "가족 대신 검찰이 피해자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이사는 "근친 성폭행의 피해자가 집을 나와 쉼터를 전전해야 하는 현실 자체가 문제"라며 "가족간 성폭력을 방치 내지 묵인하는 일부 가족의 인식 변화, 피해자의 고통을 감싸주고 재발 방지 장치를 확실히 마련하는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