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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 누가 내고 연구 인력 어떻게…" 꼬이는 과학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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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 누가 내고 연구 인력 어떻게…" 꼬이는 과학벨트

입력
2011.11.2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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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사업을 바라보는 과학계의 시선은 기대보다 우려에 가깝다. 과학벨트가 들어서는 거점지구 토지 매입비, 가속기 연구 인력 양성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수두룩한데 명확하게 해결한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다간 허울 좋은 모래성이 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연말까지 해결하겠다 놓고 회의 한 번 안 해

정부는 올해 5월 과학벨트 입지 선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거점지구 토지 매입비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거쳐 연말까지 수립할 과학벨트 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과학벨트 거점지구(대전 유성구 신동ㆍ둔곡)에는 과학벨트의 핵심인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기초과학연구원 소속 25개 연구단이 들어선다. 땅을 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약 4,000억원.

그러나 이 비용을 누가 얼마나 낼 것인지 정하지 못했다. 정부와 대전시가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한 적도 없다. 구종서 대전시 과학기술특화산업추진본부 주무관은 "과학벨트는 국책사업이니 정부가 땅을 사는 게 맞다"며 "정부가 먼저 나서지 않는데 지자체가 어떻게 하자고 말할 수 있냐"고 했다. 오대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기획단 기획조정과장은 "누가 땅값을 낼지 아직 결정한 게 없다"고 말했다.

기본계획 수립을 한 달 앞둔 지금까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다. 땅을 사지도 않은 채 집 짓자고 하는 격이다. 한 국립대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도 모자랄 판에 갈등의 골만 깊어질까 안타깝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속기 완공 늦어질 수도

이로 인해 많은 기대를 모았던 중이온가속기(KoRIA) 완공이 늦어질 수 있다. KoRIA는 중성자를 빛의 속도(초속 30㎞)로 가속해 생명과학, 핵물리 등 다양한 연구를 하는 대형 장비다.

최첨단 장비인 중이온가속기는 건설에만 5년 이상 걸린다. 2008년 건설 허가를 받고도 완공 시기를 2017년으로 잡은 미국 중이온가속기 '에프립(FRIB)'이 좋은 예다.

하지만 정부는 2013년까지 거점지구 땅을 모두 산 다음 이듬해부터 KoRIA 건설을 시작해 2017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외국과 비교해 보면 빠듯한 일정이다. 한 대학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불과 3, 4년 안에 가속기를 다 지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신경전을 벌이느라 2년 안에 거점지구 땅을 사지 못하면 KoRIA 완공 시기는 더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가속기를 지을 땅이 없어도 일단 다른 곳에서 가속기를 조립하다가 나중에 거점지구로 옮겨 재조립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문제없다고 할 게 아니라 가속기를 임시로 만들 다른 곳이 어딘지, 그곳에서 시험 가동은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하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속기 연구인력 턱없이 부족

정부는 5조 2,000억원을 투자하는 과학벨트를 두고 '단군 이래 최대 국책 사업'이란 말을 자주 썼다. 중이온가속기는 '노벨상 제조기'로 소개했다. 그러나 하드웨어에 걸맞은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내년에만 기초과학연구원 산하 25개 연구단이 출범한다. 대전이 아닌 전국 여러 지역에 들어설 나머지 25개 연구단은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설치된다. 연구단이 무엇을 연구할지는 기초과학연구원장이 전문가들과 상의해 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 국립대 석좌교수는 "연구단장 선임에만 수개월 이상 걸릴 텐데 연구원 모집하고 제대로 된 모양새 갖춰 출범하려면 내년 안에 가능하겠냐"고 되물었다.

중이온가속기로 실험할 사람도 부족하다. 경북 포항에 방사광가속기가 있지만 엑스선과 전자를 이용하는 이 가속기는 중이온가속기와 실험 방식이나 분야가 전혀 다르다. 여기서 연구하는 사람은 중이온가속기로 실험할 게 없다는 얘기다.

과학계에선 중이온가속기를 놀리지 않고 꾸준히 연구하려면 이를 이용해 연구하는 사람이 400명 이상 있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외국의 중이온가속기로 실험하는 과학자는 120여명. 연구 인력 육성 없이는 4,600억원을 들여 최첨단 장비를 지어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한 국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연구 인력은 단시간에 기를 수 있는 게 아닌데,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중이온가속기 연구 인력을 어떻게 양성할지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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