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평도 포격 당시 북한군은 해안 진지 두 곳에서 170여발의 야포와 방사포를 퍼부었다. 반면 해병대는 K-9자주포로 80여발을 응사하는 데 그쳤다. 물론 북한의 포탄 중 90여발은 바다에 떨어져 나머지 80발 정도만 섬에 날아왔고, 해병대는 기습을 당해 제대로 공격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교전규칙이 '동종의 무기로 당한 만큼 응징한다'는 비례성을 강조하며 손발을 묶어놓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공군 전투기는 현장에 출격하고도 미사일을 쏘지 못한 채 돌아와야 했다.
비난이 커지자 연평도 포격 직후 기용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충분히 응징하고 부족하면 합동전력으로 추가 타격할 수 있다"며 교전규칙에 앞서 자위권을 강조했다. 특히 김 장관은 취임 이후 도발 원점은 물론 지원세력까지 초토화한다는 내용의 '적극적 억제'개념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발 더 나아가 한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28일 안보협의회(SCM)에서 전면전이 아닌 북한군의 국지도발에도 미군 증원전력을 즉각 투입하기로 합의했다. 기존의 작전개념은 전면전인 경우에만 미군이 개입하지만, 이제는 북한이 도발하면 초기 대응은 자위권 차원에서 한국군 전력으로 바로 응징하고 한미 공동의 전력으로 추가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양국은 올해 안에 기존 교전규칙을 개정한 국지도발 대비계획을 완성할 예정이다.
군은 이 같은 공세적인 대북 전략을 반영해 지난 6월15일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했다. 해병대를 중심으로 땅과 바다, 하늘에서 육ㆍ해ㆍ공군 전력을 동시에 동원할 수 있는 창군 이래 최초의 부대다. 서방사는 기존의 해병대사령부를 모체로 장교 145명, 부사관 381명, 병사 1,430명 등 총 1,956명으로 구성됐다.
이렇듯 개념상으로는 북한을 옥죄는 강도가 더해지고 있지만 실전에서는 아직 검증이 덜 끝났다. 지난 8월10일 북한군이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NLL)을 겨냥해 1차로 3발의 해안포를 쐈을 때 대응포격을 지시한 것은 서해 최전방에 있는 서방사령관이 아니라 경기 평택에 있는 해군 2함대 사령관이었다. 더구나 해병대는 10발의 대응사격 지시를 받고도 북한이 쏜 3발 중 1발만 NLL을 넘었다고 판단해 K-9자주포 3발로 응사하는 데 그쳤다. 무엇보다 해병대와 해군 간에 지휘계선이 헷갈려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대응 포격을 하는 데 1시간이나 걸렸다.
원인은 단순했다. 규정상 서북도서 2㎞ 안쪽은 서방사가, 2㎞ 바깥쪽은 해군2함대가 관할하기 때문에 포탄이 떨어진 위치에 따라 해군의 지휘라인이 가동된 것이다. 바다의 특성상 경계가 불명확한데도 군은 기계적으로 해안 발칸포의 사거리에 맞춰 2㎞라는 기준에 따라 작전구역을 나눴던 것이다. 앞으로 대북 대비태세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이론과 현실 사이에 얼마나 더 많은 혼선이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군은 이를 계기로 작전구역을 다시 조정했다. 실효성이 떨어진 2㎞ 거리 기준을 없애고 옹진반도와 장산곶 일대 북한군 해안포 진지까지 모두 서방사가 맡되 바다에서 함정에 대한 도발이 가해지면 해군이 대응하는 것으로 역할 분담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실전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될지는 의문이다.
한미 양국군의 대비태세도 강화했다. 올해 백령도와 연평도에서 미군이 처음으로 참가한 연합훈련을 수 차례 실시했고 앞으로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백령도에는 유사시 한국군은 물론 미군 증원전력이 투입해 장시간 주둔할 수 있는 병영생활관을 신축할 예정이다.
군은 이외에도 서해에서 ▦방사포 등 화력 도발 ▦함정과 전투기를 이용한 NLL 침범 ▦서북도서 기습 점령 등 북한의 다양한 도발 시나리오를 상정, 숙달된 절차에 따라 이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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