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한 줄로 늘어 놓으면 지구를 3바퀴 돌 수 있을 만큼이나 많이 팔리는 과자가 있습니다. 세계 60여개국 19억4,000만명이 이 과자를 접합니다. 이 나라들을 연결해 '파이로드'라고도 부른답니다. 바로 초코파이 얘기입니다.
주체 못할 인기는 소동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휴전선 넘어 북한, 정확하게는 개성공단에서 지금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국내 기업들은 최근 '초코파이 지급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의견을 공단 행정기관인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전달했습니다. 입주기업마다 북한 근로자들에게 주는 초코파이 개수가 다르니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자는 것이었죠. 대체 초코파이가 어떻길래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생긴 걸까요.
알려진 사실이지만, 초코파이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북한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대표적 간식입니다. 그런데 일부 근로자들은 이 간식을 먹지 않고, 암암리에 판매한다고 합니다. 일종의 '초코파이 암시장'이 생긴 거죠.
더 놀라운 것은 가격입니다. 300원짜리 초코파이가 북한 주민 사이에선 무려 9.5달러, 우리 돈으로 1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거래된다는 것입니다. 북한 근로자 월급의 6분의1 수준이지요.
상황이 이쯤 되니 현금과 다름없는 초코파이를 몇 개씩 주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되고 말았습니다.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일부 근로자들은 '어떤 회사는 10개 넘게 주는데 우리 회사는 왜 3개 밖에 안주냐'면서 항의를 하고, 불성실한 작업태도까지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입주업체들은 초코파이 지급량 통일에 관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공단관리위원회에 요청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울러 입주기업들은 초코파이를 현금으로 달라는 북측의 최근 요청에 대해서도 대책을 세워 달라고 했습니다. 앞서 북한 당국은 초코파이가 '자본주의 맛'이라 불리며 인기를 끌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초코파이 대신 현금이나 라면을 지급해달라고 요청해왔는데 입주기업들은 관리위원회가 이 문제도 함께 해결해주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 흔한 초코파이가 암시장까지 생기고, 돈으로 간주돼 새로운 분란거리가 된 이 현실. 정말 답답하고 씁쓸하기만 합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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