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금융위원회의 론스타 처리에 대해 국정조사 등을 통해 국부유출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교체를 청와대에 요구했다"며 벌써부터 희생양을 찾는 모습이다. 정치권의 반발은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초과지분을 6개월 내 매각하라는 지난주말 금융위의 명령에 대한 것이다. 금융위가 '징벌적 매각 명령'을 포기한 채 단순 매각 명령을 함으로써 론스타의 '먹튀'를 도왔다는 시민단체 등의 항의에 부응하는 양상이다.
징벌적 매각명령을 요구하는 이유는 론스타가 애초부터 외환은행 지분 51%를 매입해 최대주주가 될 수 없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라는 것이다. 이 경우 론스타의 4% 이상 지분 매입 자체가 불법이므로, 장내 매각 등 매각방식을 특정함으로써 1조원이 훨씬 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기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나온 일본 골프장 보유 사실 등은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임을 입증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경위 파악 후 론스타 문제를 처리하자는 요구도 있었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현행 은행법 상 징벌적 매각명령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은행법 제16조엔 '초과 보유 은행 주식을 처분할 것을 명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을 뿐, 매각 방식에 대한 구체적 규정은 없다. 따라서 시류에 편승해 장내 매각 등 규정에 없는 징벌적 명령을 내렸다가 법적 분쟁에서 패할 경우엔 국제적인 망신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게 금융위의 항변이다.
외국 투기자본이 외환은행의 최대주주로 8년간 행세하면서 무려 5조원의 국부를 챙겨 유유히 나가게 된 건 분명 우리 금융행정의 수치다. 잘잘못을 반드시 따져야 할 일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결정을 미루는 안이함 대신 '욕 먹을 결단'을 택했다는 이유로 도마뱀 꼬리 자르듯 김 위원장부터 치겠다는 건 옳지 않다. 국회는 명령의 번복 여지를 포함해 반드시 이 사안을 따지되,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인수 때부터 경과를 차분히 복기하고 반성하겠다는 진지한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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