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부패가 없는 국가가 되려면 갈 길이 멉니다”.
국제투명성기구(TI) 위겟 라벨르 회장의 일성이다. 그는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 주최로 22~23일 서울에서 열리는 ‘글로벌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컨퍼런스 2011’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그는 2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가청렴위원회와 같은 반부패 관련 독립기구를 통폐합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운을 뗐다.
“노르웨이 같은 반부패 선진국과 브라질 등 최근 눈에 띄게 부패가 줄어든 나라들을 보면 반부패 관련 독립기구가 활발히 활동하는 공통점이 있어요. 한국은 부패척결을 위해 반부패 독립기구를 별도로 설치하고, 이 기구에 독립조사권은 물론 기소권까지 주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합니다.”‘투명한 정부= 좋은 정부’임을 강조한 것이다.
국가청렴위는 2002년 부패방지위 출범 후 2005년 7월 단순한 부패방지보다 한 단계 높은 국가 청렴도 제고를 위한 독립기구로 새로 출범했다. 그러나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국민고충처리위 등과 국민권익위로 합쳐졌다. 매년 각국의 뇌물공여지수를 측정해 발표하는 국제투명성기구 수장은 현 정부의 이런 결정이 잘못됐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라벨르 회장은 반부패와 관련해 정부만큼이나 기업에 대해서도 투명성 제고를 강도높게 주문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정부 및 공공기관 공무원한테 가장 많은 뇌물을 뿌려대는 조직의 대표격인 기업도 변해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국내 대기업들이 유엔글로벌콤팩트 가입 등을 통해 반부패에 대한 실천적 의지를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유엔글로벌콤팩트는 세계 경제가 글로벌화되면서 반부패 인권 환경 등 분야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적극 대처하자는 취지에서 유엔이 2000년 창설한 국제협약기구. 우리나라는 2007년 가입해 현재 180여 개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으나 대기업들 참여는 미미하다.
그는 국민과 시민단체 등에 대해선 “정부와 기업의 감시자로서 역할이 더욱 커져야 한다”고 했다. 최근 리비아 사태를 위시한 소위‘자스민 혁명’도 결국 정부와 기업의 자정작용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참다 못한 국민들이 폭발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시각이다.
그는 “전세계 어느 나라에나 부패는 존재하기 마련”이라며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입는 만큼 철저한 감시가 최선의 대책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나 기업이 뇌물수수 등 투명하지 않은 일 처리를 하면 처음에는 자신들에게 이득이 될 수도 있어요. 이런 달콤함 때문에 부패가 발생하기 때문에 평소 반부패 관련 시스템 구축이 필요해요.”
라벨르 회장은 2000년대 초반 캐나다에서 차관급으로 공직생활을 마친 행정관료 출신이다. 퇴직 직전 마지막 업무였던 나이지리아 차관사업을 진행하다 사업비 중 50억 달러가 지도자 등의 개인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부패가 빈곤과 폭력, 국가발전과 직결된다고 판단했다. 이런 게 퇴직 후 국제투명성기구 이사로 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회장직은 2005년부터 맡고 있다.
한편 국제투명성기구가 최근 발표한 국가별 뇌물공여지수(BPI)에서 우리나라는7.9점을 받아 13위를 기록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기업이 뇌물을 줄 가능성이 낮음을 의미하는 10점 만점 지수에서 네덜란드와 스위스가 각각 8.8점으로 세계 주요 28개국 가운데 1위였다. 한국은 2008년 14위에서 한 단계 상승했으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5개 나라만 놓고 보면 12위로 하위권이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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