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9일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참석차 방문한 인도네시아에서 "북한이 모든 불법적인 핵 활동을 중단하고, 재개하지 않는다고 약속해야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최소한의 신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발리 아요디아 호텔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서 이같이 밝히고 "북한이 하루빨리 핵 포기 결단을 내리도록 한중일 3국의 긴밀한 협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정부의 기존 입장을 강조한 것이지만, 이 대통령이 직접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3국 정상은 이날 북핵 문제가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지만 방법론에서는 온도 차를 보였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북 대화, 북미 대화가 6자회담과 동시에 추진될 경우 도움이 될 것"이라며 "6자회담이 조기에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남북 대화 및 미북 대화 노력을 평가하지만, 북한의 행동에 변화가 없다. 북한의 진정성이 확인돼야 6자회담도 성공할 것"이라며 선(先) 비핵화ㆍ후(後) 6자회담 재개를 강조했다.
3국 정상은 또 올해 3국 자유무역협정(FTA) 산∙관∙학 공동연구가 끝나고 권고안이 나오면 3국 FTA가 조속히 실현되도록 본격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와 관련 홍콩 원회바오(文匯報)는 20일 원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내년에 본격적으로 3국 FTA 협상에 돌입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노다 일본 총리가 연내에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고 내년 초에는 한중 수교 20주년을 앞두고 한중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한∙중∙일 FTA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3국 정상은 또 내년 중 3국간 지적재산권 보호 및 투자 자유화 등의 내용을 담은 투자협정을 체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EAS 참석 등 발리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20일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 한국전 참전비를 찾아 헌화하는 것으로 국빈 방문 일정에 돌입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동포간담회를 갖고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 지구상에는 혼자 잘 해보겠다고 문 닫고 걸고 하는 나라가 있는데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며 "가장 중요한 자유무역 (상대는) 미국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안보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마닐라(필리핀)=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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