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이대호(29)는 해외진출을 택했다. 롯데는 19일 이대호와의 마지막 3차 협상에서 4년간 100억원을 제시했다. 보장금액만 80억원이며, 옵션이 20억원이다. 옵션 내용 역시 이대호라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수준. 100억원은 출범 30주년을 맞은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액이다. 국내 프로스포츠를 통틀어도 이런 풀베팅은 없었다. 하지만 이대호는 "FA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구단의 성의에 감사 드린다. 계약이 잘 안돼서 부산 팬들에게 너무 죄송하다"며 도장을 찍지 않았다. 안정보다는 도전을 택한 것이다.
이대호는 2년간 5억엔(약 73억원)을 제시한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 행이 유력하다. 이대호는 앞서 이승엽의 전 에이전트인 미토 시게유키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며 일본 진출을 준비해왔다. 일본 언론도 20일 "이대호의 오릭스 입단이 확정적"이라며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이대호가 이종범(주니치), 김태균(지바 롯데)이 실패한 일본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이대호, 타율 3할 20홈런 80타점은 충분
전문가들은 이대호의 성공 가능성에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이광권 SBS ESPN 해설위원은 "3할 초반의 타율과 20홈런 이상, 80타점은 충분하다. 이대호는 김태균 보다 장타력이 좋고 이승엽 보다는 정교함이 뛰어나다"며 "팀 분위기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대호는 나쁜 공에 좀처럼 방망이가 나가지 않는다. 일본 투수들이 몸쪽 유인구를 많이 던지는 데, 이승엽처럼 타격 자세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1년 롯데 유니폼을 입은 이대호는 11시즌을 뛰는 동안 부동의 4번 타자였다. 2004년 20홈런을 시작으로 2006년 타격 4관왕, 지난해에는 9경기 연속 홈런을 쳐내는 등 전인미답 타격 7관왕에 올랐다. 올해도 타율(0.357), 안타(169개), 출루율(0.436) 등 타격 3관왕을 차지하며 롯데의 페넌트레이스 2위를 이끌었다. 특히 우투수(0.357) 좌투수(0.351) 언더핸드투수(0.365)에게 모두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올해 SBS CNBC에서 일본프로야구를 중계한 김상훈 해설위원도 이대호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봤다. 김 위원은 "이대호를 김태균, 이승엽과 비교할 게 아니라 일본 타자들과 비교해야 한다. 이대호의 변화구 대처 능력과 타격 능력은 일본 타자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며 "4, 5번 중심 타순에서 타율 2할9푼, 20홈런 이상, 80~90타점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8년 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국내 복귀를 선언한 이승엽은 "이대호는 나처럼 아무 공에나 방망이를 휘두르는 스타일이 아니다"며 "초반에는 낯선 스트라이크 존에 애를 먹겠지만 적응만 하면 성공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대호, 4번타자 1루수가 최상의 시나리오…문제는?
오릭스가 속한 퍼시픽리그는 지명타자 제도가 있다. 수비 범위가 넓지 않은 이대호는 지명타자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대호가 반드시 1루수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흐름에 적응하고 타격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대호 입장에서는 4번타자 1루수가 최상의 시나리오다. 오릭스는 올시즌 주장인 고토 미츠타카가 3번 타자, 왼손 거포 T-오카다가 4번 타자로 나섰다. 둘 모두 왼손 타자이며, 마츠타카가 좋은 모습을 보인 반면 오카다는 기대에 못 미쳤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오카다 아키노부 오릭스 감독이 이대호를 4번 타순에 배치해 좌-우-좌로 이어지는 이상적인 타선을 구축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야심 차게 일본 진출을 선언한 이대호가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 국내 무대를 평정한 뒤 일본에 진출한 이승엽, 김태균 등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김태균은 최근 "일본 투수들은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변화구를 던진다"며 "한 번은 볼카운트 0-3에서 포크볼 3개가 연달아 들어와 삼진을 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투수들의 제구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것.
김용희 SBS ESPN 해설위원은 "일본투수들은 타자의 약점을 공략할 수 있는 제구력을 갖췄다"며 "일본은 중간 계투진도 코너워크를 활용한 피칭이 뛰어나다. 타자들이 노림수를 갖고 타석에 들어서지 않으면 유인구에 말려들기 쉽다"고 설명했다.
하일성 KBS N 해설위원은 "전력 분석이 탁월한 일본야구는 외국인타자에 대한 분석에 엄청난 열을 쏟는다. 외국인 선수는 모든 견제를 뚫고 성적을 내야 하니 적응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