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 대한 전략적 가치 강화 공세에 중국이 당황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 외교가선 최근 10년간 중국이 처한 아태지역의 외교ㆍ경제 환경 가운데 미국의 공세로 지금과 같이 난국에 봉착한 적이 없다고 위기감을 드러낼 정도이다.
미국과 한중일의 역학구도
미국은 최근 중국을 사실상 배제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부각시키며 일본의 동참선언을 이끌어냈다. 또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을 규합해 반(反) 중국 공동전선을 지원하는 등 경제ㆍ안보 분야에서 전 방위적인 중국 포위작전에 나섰다. 중국은 궁지에 몰렸지만 내년 정권이양을 앞두고 미국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원치 않는 입장이다. 내년 중국 최고지도자로 등극할 시진핑 국가 부주석의 연말 방미를 앞두고 분위기는 더욱 그렇다. 지금 중국으로선 아태지역 국가들과의 끈끈한 양자협력 강화를 통해 미국의 파상 공세에 대응하는 기존 입장 외에 뾰족한 탈출구가 없어 보인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TPP가 중국이 동남아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추진해온 범 중화권 경제체제 구축과 한국 중국 일본이 공동으로 참여해온 한중일 FTA 등을 대체해 아태 지역에 새로운 자유무역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구상이 중국을 배제한 채 제대로 성과를 올리기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란 것을 중국은 잘 알고 있다. 향후 10년 안에 미국의 의도대로 TPP가 성사되기 위해선 이 지역 핵심국가들의 참여가 절실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 미국의 독려에 못 이겨 TPP 참여를 일단 선언했지만, 자국내 농업부문에 대한 강력한 반대를 고려할 때 최종 합의에 도달할 지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한미FTA 국회인준조차 이뤄내지 못하는 우리로선 시장개방 정도가 90~100%에 이르는 TPP 참여는 정치적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개도국 수준으로 아직 계획경제체제인 중국으로선, 비록 미국으로부터 TPP 가입 초청을 못 받아 불쾌감을 보였지만, TPP 참여는 사면초과이다. 한중일 모두 미국이 주도하는 TPP 참여는 그만큼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으로선 미국의 TPP 공세에 맞서 한중일 FTA를 하루 빨리 출범시키는 것에 더 목마를 수 밖에 없다. 19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원자바오 총리가 한중일 FTA협상 시작을 적극 촉구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중국은 한중일의 외교ㆍ경제적 유대감을 강화하고, 동남아 국가들을 끌어안는 방법만이 미국의'아시아 회귀'에 대응하는 유일한 전략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미중 경쟁에서 균형전략 모색해야
궁지에 몰린 중국에 대한 우리의 전략적 접근방식과 교감노력은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자칫 미국 편에 서서 중국을 곤혹스럽게 만든다면 내년 한중 수교 20주년을 앞둔 양국간의 분위기는 물론 향후 20년이 되돌릴 수 없는 척박한 관계로 변질될 수도 있다. 그만큼 중국이 두려워하는 미국의 시나리오에 한국이 볼모가 돼선 안된다. 중미간의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전략적 유연성을 유지하고 균형자적인 입장을 통해 중국과의 친밀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학만 베이징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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