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루카스 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 이들 3명은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이라는 공통 과제를 지닌 것 외에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했다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드라기 ECB 총재는 골드만삭스 국제담당 부회장을 역임했고 몬티 총리는 최근까지 골드만삭스 국제고문을 지냈으며 파파데모스 총리는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로 일하던 시절 골드만삭스와 대규모 통화스와프 거래를 주도해 그리스를 유로존에 편입시키는 데 앞장섰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들 3명에 며칠 전 사임한 안토니오 보르게스 국제통화기금(IMF) 유럽국장을 포함시켜 "골드만삭스 졸업생들이 유럽을 쥐어 흔들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골드만삭스가 유로존의 주요 정책 결정자들과 친분을 쌓은 뒤 골드만삭스 인사들을 역내 국가 정부의 핵심부서로 파견하는 전략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몬티 총리가 교수로 있던 시절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그가 1995년 유럽연합(EU)집행위원으로 지명되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해 이후 자사의 국제고문으로 끌어들였다. 현재 골드만삭스 국제고문진에는 오트마 아이싱 전 독일 분데스방크 이사와 피터 서덜랜드 전 EU 경쟁담당 집행위원 등이 포진해 있어 유로존 경제 정책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02년부터 3년간 골드만삭스 부회장으로 있던 드라기는 이후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를 거쳐 ECB 수장 자리에 올랐다.
골드만삭스의 막대한 영향력은 골드만정부(Government Sachs)라는 조어가 공공연히 사용되는 데서도 확인된다. 인디펜던트는 "골드만삭스가 정부 등 공공기관에 재정문제와 관련해 조언하고 인력까지 제공하고 있다"며 "공공의 이익과 골드만삭스의 이익을 분리해 생각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이는 과거 투자회사들의 단순 로비 활동과 비교할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국의 또 다른 일간지 가디언도 "최근 유로존 내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들의 전면적 부상은 반금융권 시위대가 집중 비판해온 정치와 금융자본 결탁의 결정판"이라고 비난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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