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38) FC 서울 감독 대행은 늘 자신감이 넘친다. 전임 사령탑 황보관 감독으로부터 지휘봉을 넘겨 받아 어수선한 팀을 이끌 때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정규리그를 병행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늘 패기만만했고 거침이 없었다. 그러나 최 감독 대행은 1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11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챔피언십 6강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평소의 에너지 넘치는 그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19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6강 플레이오프 단판 승부에서 맞붙는 울산 현대의 수장이 스승 김호곤(60) 감독이기 때문이다.
올림픽 대표팀과 축구 국가대표팀의 붙박이 스트라이커였던 최용수는 김호곤 감독이 아니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다. 동래고를 거쳐 연세대에 진학한 최 대행은 3학년 때까지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았다. 김 감독이 부임한 4학년 때 비로소 주전 자리를 꿰찬 최 대행은 '벤치 설움'을 분풀이하듯 연신 득점포를 터트렸고 스타덤에 올랐다.
최 대행은 "울산은 세트피스가 위력적이고 수비가 견고하다. 후반기에 승점을 많이 쌓았다. 면밀히 분석하고 경기에 임하겠다. 단점이 보이지 않는다. 김 감독님은 존경하는 선생님이시다. 경기 전에 약간 기에서 눌리기도 한다"고 스승에 대한 예의를 한껏 갖췄다. 그러나 승부사 기질은 숨길 수 없었다. 최 대행은 "사제지간은 잠시 접고 승리만 바라보겠다. 선생님과 일찍 맞붙어 다행스럽다. 빨리 휴가를 보내드리고 싶다"는 위트 있는 말로 필승의 각오를 다졌다.
김 감독은 "서울은 공수 밸런스가 잘 잡혀 있는 강팀이다. 공수 전환이 빠르고 공격수와 미드필더의 스피드가 좋다"고 제자의 지도력을 인정했다. 그러나 "시즌 시작 전부터 우승 만을 생각했다. '창(서울)과 방패(울산)의 대결'이라는 말이 많은데 어느 쪽이 강한지는 세계 역사가 증명했고 내일 결과에서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K리그 최고령 사령탑인 김 감독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능력이 우선이다. 능력이 안되면 그만둬야 한다"고 기염을 토했다.
지난 8월 울산에서 열린 정규리그 사제 대결에서는 최 대행이 이끄는 서울이 2-1로 승리했다. 서울은 최근 5경기에서 3승 2무로 울산에 앞서 있고 2008년 플레이오프 단판 승부에서도 4-2로 승리했다.
수원 삼성과 부산 아이파크는 20일 오후 3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격돌한다. 올 시즌 부산에 3패를 당한 윤성효 수원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는 다른 결과가 날 것이다. 선수들이 집중력만 유지한다면 승리할 것이다. 홈 팬들의 성원이 힘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안익수 부산 감독은 "꿈과 희망을 디자인하겠다"는 말로 출사표를 대신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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