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를 입은 정신지체 장애아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의 신빙성까지 배척할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흔히 일관성이 떨어져 무죄판결의 근거가 돼온 아동이나 정신지체 피해자의 진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인정한 판례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조경란)는 정신지체 장애를 지닌 A(17)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태권도장 관장 김모씨에게 무죄를 내린 원심을 파기,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는 충격으로 범행 당시의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기억이 불분명할 수 있고, 지능지수가 낮거나 기억력이 떨어지면 더더욱 기억이 온전할 수 없다"며 "피해자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신빙성을 배척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당시 행동이나 상황을 설명하는 A양의 세부적인 표현들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범행과정을 비교적 일관되고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는데다 주변인들의 법정 증언을 더해 본다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 반면 피의자는 사건 당시 상황에 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08년 자신이 운영하는 태권도장에 다니던 A양을 다른 원생들이 없는 시간에 도장 사무실로 불러 성폭행ㆍ성추행하고 지난해에도 A양을 같은 장소에서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 6월 'A양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혐의 모두를 무죄로 판단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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