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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빈탕한데 맞혀놀이' '생각과 실천'

입력
2011.11.1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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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탕한데 맞혀놀이/이정배 지음/동연 발행·360쪽·1만6,000원

생각과 실천/함석헌학회 기획/한길사 발행·316쪽·1만7,000원

사상가라는 호칭이 걸맞을 현대 한국인을 꼽자면 유영모, 함석헌 선생을 빼놓을 수 없다. 나이로 10년여 차이인 두 사람 모두 기독교에 뿌리를 두면서 한국의 전통 사상은 물론 동서양의 철학과 종교를 아울러 사색했고, 그 결실을 집필이나 교육을 통해 열어 보였다. 도쿄 유학과 일본 사상가 우치무라 간조, '성서조선' 사건 그리고 오산학교 등도 평생 사상적 동지나 마찬가지였던 두 사람의 교집합이다. 무엇보다 이들을 사상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것은 하루 한끼만 먹고 잣나무 널빤지 위에 앉아 공부하고 잠 자는 개인적인 방식이든 독재에 분노하며 민주주의와 통일을 부르짖는 사회 참여든, 사색의 결과물을 실천으로 옮겼다는 점이다.

함석헌, 유영모 선생의 삶과 사상을 재조명한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생각과 실천> 은 '인류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용서와 화해, 더 나아가 세계평화 구축을 위한 그의 사색과 운동을 탐구하고 공유'하기 위해 지난해 창립한 '함석헌학회'(회장 이만열)가 내놓은 첫 연구성과물이다. 학회는 종교는 물론 인문사회과학을 아우르고 과학에까지 시선을 돌렸던 그의 생각은 물론이고 사회운동의 체험까지 탐색할 계획이다. 이번 책에서는 우선 생태론, 신앙, 교육, 종교다원주의, 무정부주의, 사회인식, 사회진화 등 인문학적으로 조명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도 넘어 함석헌학회가 출범한 것은, 김영호 인하대 명예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그가 강조한 정신적 가치ㆍ영성ㆍ공동체 상생정신이 갈수록 더 물질주의ㆍ개인 가족주의ㆍ분열주의에 자리를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책에서도 그의 사회인식을 조명한 글에 눈길이 간다.

'자본주의는 물론 죄악이지만 공산주의도 마찬가지로 잘못이다.…계급투쟁을 그렇게 외치던 공산주의도 돈 벌려고 미쳐 돌아가지 않던가? 정말 속셈은 독수리도 곰도 똑같이 국가지상주의에 있다.' 한길사에서 30권으로 나와 있는 함석헌 저작집 내용 일부를 인용하며 황보윤식 전 인하대 교수는 함석헌이 국가주의의 대안으로 '자발적인 양심의 명령에 의해 성립'되는 공동체주의(같이 살기)를 역설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가 외친 평등ㆍ평균ㆍ자치의 공동체주의는 지금이야말로 국가주의를 넘어 인간자율에 의한 평등사회를 만들어야 할 때라는 생각에 바탕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대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함석헌 사상의 존재론적 특성을, 강영안 서강대 교수가 그의 기독교 비판을, 김영태 전남대 명예교수가 종교다원주의를 해명한 글 등이 실렸다.

유영모 선생의 사상을 여러 시각으로 조명한 이정배 감신대 교수의 <빈탕한데 맞혀놀이> 에서도 그의 삶과 생각에 담긴 사회 비판 정신을 새롭게 해석한 글을 눈여겨 보게 된다. 다석이 평생 실천했던, 앉을 때 무릎 꿇고 매일 한끼만 먹으며 남녀관계를 끊고 걸어 다닌다는 '일좌식 일언인(日座食 日言仁)'이야말로 '오늘날 반생태적 천민자본주의와의 싸움'이라고 이 교수는 해석한다. '십자가가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은 그것을 믿음으로써가 아니라 그렇게 삶'으로써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특히 네그리의 '다중(多衆)' 개념이나 민족주의 비판을 소개하면서 제 각각이면서 공통적인 이해관계를 갖는 단순한 다중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한 깨달음에 바탕한 '다중 그리스도가 되어 제국에 맞서는 대항 권력을 지속적으로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영모의 사상을 생물학 등 현대 사상의 맥락에서 재해석한 글들을 여러 편 만날 수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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