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하늘의 메아리/에드윈 크룹 지음·정채현 옮김/이지북 발행·566쪽·3만5,000원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대(大) 피라미드. 기원전 2600년경 세워진 이 건축물은 이집트 고왕국 제4왕조 2대 파라오 쿠푸왕의 무덤이다. 사각형 모양의 돌 230만개를 쌓아 만들었다. 돌의 평균 무게는 2.5톤. 개중에는 15톤 이상 나가는 돌도 있다. 그 무겁고 많은 돌을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가져왔고, 거대한 무덤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당시 파라오에게 죽음은 영원한 휴식을 뜻하지 않았다. 피라미드 내부 석실에 있는 그림에서 보듯이 고대 이집트인은 하늘로 올라간 파라오가 밤과 시간을 다스린다고 여겼다.
고대 이집트인은 이런 생각을 피라미드에 고스란히 반영했다. 대 피라미드의 네 모서리는 정확하게 동서남북, 네 방향을 향한다. 오차도 거의 없다. 주목할 것은 쿠푸왕의 석실에 난 두 개의 통로. 높이와 너비가 23㎝인 이 통로는 각각 지표와 31도, 44.5도의 경사각을 이룬 채로 피라미드 외벽까지 이어져있다. 고고학계에선 이를 공기통로라고 여겼다. 이집트인이 무덤에 환기구멍을 내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통로의 역할을 설명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비밀은 1964년 밝혀졌다. 북쪽 통로는 북극성을, 남쪽 통로는 오리온자리를 가리켰다. 당시 이집트인은 북극성을 모든 별의 중심이라 생각했고, 오리온자리는 영혼의 부활을 관장하는 이집트 최고의 신인 오시리스라고 여겼다. 파라오가 죽어서 영원의 존재가 된다는 생각을 천문학과 건축학으로 나타낸 것이다.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크룹 박사가 쓴 <고대 하늘의 메아리> 는 '사라진 문명들의 천문학'이란 부제처럼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 하다. 저자는 상징, 신화, 신전, 고대 건축물과 도시 등을 통해 옛사람들이 하늘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하나 둘 풀어놓는다. 역사 한켠을 장식한 그네들의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고대>
저자는 중국의 수도 베이징을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우주론적 설계에 따라 세워진 도시라고 설명한다. 이유는 여럿이다. 황제가 살던 자금성의 중심축은 자오선(북극과 남극을 잇는 선)에 위치해있다. 자금성의 중심인 태화전까지 가려면 웅장한 문 5개를 지나야 하는데, 이 문은 모두 하늘과 땅의 질서를 이야기한다. 가령 자금성의 정문인 오문(午門)은 자오선에 위치해있어 붙은 이름이다. 또 다른 문인 전문(前門)은 태양을 향하는 문이란 뜻이다. 문 5개를 지나도록 한 건 세상이 나무, 불, 흙, 금속, 물 등 다섯 가지 요소로 이뤄졌다고 여긴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요일의 이름도 우주에서 왔다. 일요일(Sunday)은 해(sun)의 날이고, 월요일(Monday)은 달(moon)의 날이다. 토요일(Saturday)은 토성(saturn)의 날이다. 나머지 화, 수, 목, 금요일도 각각 화성, 수성, 목성, 금성에서 따왔다.
이중에서도 제일로 여겼던 건 해. 고대 문명은 모두 태양을 최고의 신으로 모셨다. 이집트에선 태양신 '레'를 세상의 지배자로 여겼다. 고대 바빌로니아제국에선 태양의 신 '샤마시'를 섬겼다. 잉카제국 사람들은 아예 태양을 자신의 조상으로 생각했다. 저자는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작물을 자라게 하는 태양에 대한 경배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해가 떠오르는 동쪽을 탄생과 창조의 땅으로, 해가 지는 서쪽을 죽음의 땅이라 여겼다. 이런 생각은 지금까지 이어진다. 만년(sunset year)이란 말은 늙음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이고, 사람들은 1차 세계대전 때 전사한 병사를 두고 '서쪽으로 갔다'고 했다. 소설 <반지의 제왕> 의 주인공 프로도와 빌보는 모험을 끝내고 점차 늙자 고향을 떠나 '서쪽 세계'로 간다. 반지의>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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