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고려·조선시대 왕들의 통치방식
왕은 어떻게 나라를 다스렸는가 / 김기홍 외 지음
공민왕은 고려 사회가 당면한 역사 과제를 인식하고 실천에 옮길 줄 알았던 탁월한 리더십의 군주였다. 조선 세종은 토지세법을 정할 때 17만명에 이르는 백성에게 의견을 구할 만큼 소통의 정치를 폈다.
삼국ㆍ고려ㆍ조선시대를 전공한 세 명의 역사학자가 각 시대 주요 왕을 선정해 그들의 통치방식을 고찰한 이 책은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역사적 지혜를 들려준다. 성공한 왕이라 평가받는 제왕의 실패한 리더십과 실패한 왕으로 치부되는 왕의 성공한 리더십까지 다룬다. 역사를 바라보는 것은 현실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고구려의 기틀을 다진 유리왕을 시작으로 드넓은 영토를 개척한 광개토대왕, 현명한 여왕의 리더십을 보여준 신라 선덕여왕, 왕권의 신성성을 추구한 비운의 왕 고려 의종, 붕당정치 국면을 돌파한 카리스마의 정치가 조선 숙종 등 20명의 왕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2007년 출간된 <제왕의 리더십> 의 개정판이다. 휴머니스트ㆍ432쪽ㆍ2만3,000원. 제왕의>
고경석기자 kave@hk.co.kr
작가가 된후 여기저기 썼던 무라카미 원고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제목 그대로 오랜 시간 신문 잡지 등에 기고한 '잡글'을 모았다. 여느 작가라면 쉽사리 손이 가지 않겠지만 저자가 무라카미 하루키다. 아니나다를까. 간결한 문장 속에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인생의 본질을 갈파하는 무라카미 특유의 정서가 담겨있다. 차분하면서도 건조한 듯하지만 감정의 물결을 꽤 오래도록 출렁이게 하는 글들을 만날 수 있다.
음악(그는 재즈 마니아다), 번역과 소설 쓰기 등 주제와 소재가 종횡무진이다. 각종 문학상 수상 소감까지 실려있다. '뭐 이런 것까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의 팬이라면 오히려 반길 듯. 1979년 전업작가로 나선 이후 여기저기 썼던 원고들의 모음이라 무라카미의 내면이 어찌 변해왔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이런 글도 썼나 하며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거나 한숨이 나올' 글들은 싣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리 흠일지라도 그런 글만 모아 별도 코너를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듯. '당시에는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 열심히 쓴 글'이라니까… 이영미 옮김. 비채ㆍ504쪽ㆍ1만4,800원.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뱀 이야기를 통해 본 한중일의 문화 코드
문화로 읽는 십이지신 이야기-뱀 / 이어령 외 지음
차갑고 미끈미끈한 피부에 찢어진 눈, 그리고 쉴 새 없이 날름거리는 혀까지. 뱀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꺼리고 두려워하는 존재다. 부정적 이미지는 한국은 물론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가 낸 '문화로 읽는 십이지신(十二支神) 이야기'의 네번째 주인공은 비호감 동물 뱀이다.
신라시대 토우에 나타난 '부활'과 '재생'의 의미를 비롯해 한중일 인문학자들이 자국의 신화, 민담, 전설, 회화, 종교 등을 분석해 변주된 뱀 이야기를 들려준다. 유한킴벌리의 한중일 문화 동질성과 고유성 연구 후원작업의 일환으로, 이어령 교수가 책임 편집을 맡았다. 한중일 삼국에서 부당한 문화적 오해를 받은 뱀에 관한 안내서 격이다. 각 나라별로 서로 닮거나 다른 뱀의 모습을 확인하는 작업을 통해 무엇이 뱀을 바라보는 시각을 같고 또 다르게 만들었는지 세 나라의 문화 코드를 비교할 수 있다. 한중일의 문화와 생활상을 이해하는 자료로도 의미를 지닌다. 열림원ㆍ 304쪽ㆍ1만5,000원.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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