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는 말이 있지만, 로마 황제 아울루스 비텔리우스(15~69)는 정말 맘껏 먹다 죽은 사람이다. 서기 69년 6월에 즉위해 같은 해 12월 피살될 때까지 재위 6개월 간 끝없이 연회를 열고 음식을 탐했다고 한다. 먹은 요리를 토한 후 새 요리를 즐기는 식으로 하루에 서너 차례의 연회를 다니며 엄청나게 먹어댔다. 산쥐구이를 비롯해 공작새의 골, 홍학 혓바닥, 칠성장어 내장 등 '진미'가 망라됐다는 그의 연회비용은 한 번에 보통 40만 세스테르스였단다. 요즘 가치로 20만 달러라니, 한 끼에 2억원 넘게 쓴 셈이다.
■ 청나라 서태후의 식단도 전설적이다. 황실 별궁인 이화원(頣和園)의 서선방(西膳房)에 128명의 주방장을 뒀는데, 하루 두 번 정찬에 100가지의 서로 다른 요리와 두 번 간식에 각각 20가지의 요리를 냈다고 한다. 상에 올린 산해진미로는 산에서 나는 '산팔진'으로 곰발바닥 원숭이골 호랑이콩팥 등 8가지, 바다에서 나는 '해팔진'으로 상어지느러미 거북알 등 8가지 외에 땅에서 나는 '육팔진'이 더해졌으니, 천문학적 식비가 들었을 것이다. 아무리 제왕의 식단이 의례(儀禮)라 해도 두 사람의 밥값은 쾌락과 사치의 부표(浮標)로 남았을 뿐이다.
■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밥값으로 욕을 봤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과정에서 진보를 표방하는 일부 언론이 그의 밥값에 시비를 걸었다. 자신은 행사 때 1인당 평균 3만6,000원짜리 호식을 하면서 2,457원짜리 어린이 급식비를 못쓰겠다니 말이 되냐는 식이었다. 서울시장 행사의 격을 감안해도 밥값이 비싸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학생들은 굶기고 자기 배만 채운다는 비판의 도식 역시 억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참고로 공무원행동강령엔 받아도 무방한 식사접대의 기준선이 1인당 3만원 이하로 돼 있다.
■ 제왕이나 시장과 달리, 요즘 일반인들의 한 끼 밥값은 기업 구내식당을 기준으로 할 때 대략 5,000원 내외일 것이다. 밥과 국 외에 김치 자반 같은 밑반찬, 고기나 생선요리 1개 정도가 평균 식단이다. 밖에서 사 먹으면 1만원 내외가 된다. 최근 전ㆍ의경 한 끼 식비가 초등학생 급식비보다도 적은 1,940원이라고 해서 논란이 됐다. 결국 경찰청은 한 끼 급식예산을 올해보다 20% 올린 2,336원으로 책정해 예산을 신청했다. 매년 수천 억~수조 원씩 낭비되는 중앙 및 지자체 예산을 절약하면 청년들에게 5,000원짜리 밥 정도는 먹일 수 있지 않나 싶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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