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훈의 관록이 백홍석의 패기를 눌렀다. 전기 명인 박영훈이 상대의 초반 실수에 힙 입어 결승전 첫 판을 손쉽게 따냈다. 올해 처음 명인전 본선에 올라 생애 첫 메이저 기전 우승을 노렸던 백홍석은 어이없는 착각으로 자멸했다.
19일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제 39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결승 5번기 제 1국에서 '소신산' 박영훈이 '돌주먹' 백홍석을 불계로 물리치고 명인 2연패를 향해 한 발 앞서 나갔다.
박영훈이 그동안 국내외 기전에서 16번이나 정상에 올랐던 초일류 기사인데 반해 백홍석은 지금까지 신예 기전에서 딱 한 번 우승했을 뿐 종합 기전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하고 무려 7차례나 준우승에 그친 불운의 기사다. 이번 결승 1국에서도 너무 긴장한 탓인지 포석이 끝나고 중반에 접어들 무렵 뜻밖에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러 일찌감치 형세를 그르쳤다.
이후 불리한 국면을 뒤집기 위해 특유의 강한 전투력을 발휘, 상대 대마를 맹렬히 공격해서 한때 역전 일보직전까지 갔지만 '타개의 명수' 답게 박영훈이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수습에 성공, 결승 5번기 첫 판을 승리로 장식했다. 이번 승리로 박영훈은 백홍석과의 통산 전적을 10승 5패로 만들면서 차이를 좀 더 벌렸다.
대국이 끝난 후 박영훈은 "처음에 바둑이 너무 잘 풀려 약간 방심했다"며 "이후 경솔하게 두다가 상대의 반격을 당해 매우 아슬아슬했는데 마무리가 잘 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 대국부터는 더 좋은 내용을 보여 드리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결승 2국은 24일, 3국은 25일 낮 12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바둑TV에서 대국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생중계한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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