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은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민간인을 향해 포격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다. 서해 대연평도를 향해 170여 발을 포격한 사건이다.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사망했고, 16명의 해병대원과 3명의 민간인이 중경상을 입었다. 주택 12개동 파괴, 25개동 화재 등 인명피해와 재산상의 피해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받은 충격과 안타까움 등 정신적 피해도 매우 컸다.
변하지 않고 있는 북한
연평도 포격 1년을 앞두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를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와 재향경우회, 자유연합 등은 18일 오후 일반 시민과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정일 부자 만행을 규탄하는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국가보훈처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27일까지 연평도 도발 특별사진전을 기획하고 있다. 전시된 사진들 속에는 북한의 기습적인 공격으로 잿더미가 되어버린 우리 이웃들의 삶의 터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기억 속으로 사라져가는 연평도 사건의 의미를 우리에게 환기시켜주고 있다.
이런 행사를 통해 갑작스러웠던 불법포격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우리의 전우들과 민간인 사상자 및 그 가족을 기억하면서 우리는 아직도 북한으로 인해 시작된 6ㆍ25 전쟁이 종결되지 않은 휴전상태임을, 또 오늘날 우리나라가 처한 최대의 문제가 국가안보의식 저하임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낀다.
연평도 포격 사건은 명백한 불법무력도발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대한 사과는커녕 오히려 그동안 아무 무리 없이 진행되어 왔었던 우리 측의 군사훈련을 빌미삼아 책임을 전가해 왔다. 하긴 그동안 언제 북한이 제대로 자신들의 불법적 테러나 무력도발을 솔직하게 인정한 적이 있었던가? 수많은 민간인 사망자를 냈던 KAL기 폭파사건이나, 국외를 순방 중이던 대통령 이하 외교사절단을 단체로 암살하기 위해 저질렀던 미얀마 아웅산 국립묘지 폭파사건, 천안함 사태, 모두 오리발이다. 북한의 대남도발과 그 이후 대응양상은 이미 수십 년째 변함없이 똑같은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 이해 할 수 없는 것은 우리의 대응방법이다. 똑같은 일을 겪으면서도 북한의 불법도발에 대해 강 건너 불구경인지, 매조키즘적 근성인지 맞아 멍든 상처를 대주는 격이다. 물론 군사적으로 대치상황이 끝나지 않은 북한이 주체사상으로 무장한 철저한 독재정치를 이어오고 있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우리 측의 힘이나 논리로는 풀 수 없는 특수하고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나라 내에선 적어도 북한의 불법적 무력도발을 옹호하거나 그 책임을 우리 자신에게 돌리는 어리석은 일들을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폭력 앞에서 그 폭력의 주체가 누구였는가를 가리는 시시비비를 놓고 우리가 그들이 원하는 만큼의 적극적인 지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와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는 일각의 논리가 과연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정부의 대응 방식도 점검해야
정부는 연평도 불법포격과 같은 불행한 일들이 다시 우리에게 발생하지 않도록 먼저 우리 살을 깎아 먹는 친북ㆍ종북 세력들의 비논리적 궤변과 유언비어 유포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단호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에 대한 솜방망이 대응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우리 정부의 청렴결백과 부정부패 근절을 통한 공직자들의 기강을 바로잡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정부가 되지 않고는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의 온상지인 불법적 행위를 척결할 수 있는 권위 있는 공권력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영옥 경기대 국제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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