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의 시테시 란잔 뎁은 야생동물 사냥꾼 집안에서 3대째 사냥을 해 왔다. 그런 그가 야생동물 보호가로 변신했다. 사연은 이렇다.
20년 전 안개가 자욱했던 겨울 아침, 뎁은 방글라데시의 북동부 지역에 야생 곰 사냥에 나섰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2연발총을 지니고 농작물에 피해를 준 야생 곰을 추적했다. 그는 덤불 속에 숨어있던 히말라야 곰을 발견하고 접근하다 곰의 갑작스런 공격을 받았다. 곰은 순식간에 발사된 그의 총탄을 맞고 즉사했다. 하지만 그도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그는 “단 한번의 공격을 받았지만 오른쪽 눈, 코 대부분, 이빨 여러 개와 광대뼈를 잃었고, 혀도 찢어졌다”고 말했다.
회복하는데 수개월이 걸렸다. 얼굴도 여러 차례 성형수술을 했지만 여전히 오른쪽 얼굴에는 상처가 가득하다. 발음도 부자연스럽다.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경험은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꿨다. 그는 “내게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을 의미했다”며 “남은 인생을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대신 보호하는 데 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지금도 야생동물이 길을 잃거나 거주지를 침입할 때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부상당한 동물들은 그가 운영하는 구조센터로 데려가기도 한다. 심각한 부상이나 나이 때문에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동물들을 돌보는 것도 그의 일이다.
지난 20년간 벤은 수천마리의 야생동물을 구조해 야생으로 돌려보냈다. 이제는 방글라데시에서 손꼽히는 환경보호론자가 됐다. 그는 관광객들이 내는 입장료와 기부금 등으로 동물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야생동물들은 숲에서 먹이를 구하기도 어렵고 또 요즘에는 사냥꾼에게도 쉽게 잡힌다”며 “모든 동물을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보호센터만으로는 이런 야생동물을 전부 수용할 수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벤은 라와차라 국립공원의 황폐화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16㎢에 달하는 숲에 둘러싸여 살았지만 이제 삼림은 6㎢ 가량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불법 벌목과 인간의 침입이 숲을 오염시키고 훼손했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국민의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라와차라 숲이 사라지면 많은 동물들이 멸종위기에 처할 것”이라며 “미래의 세대는 이제 찾아보기 힘든 야생 곰과 표범이 이 지역에서 살았다는 것 조차 모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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