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다는 것은 무엇이냐?' '시든다는 것은 또 무엇이냐?' 뷰파인더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저에게 시든 잎 한 장이 제 손바닥을 펼치며 묻습니다. 그 질문에 놀라 온몸에 '쿵'하며 불도장이 찍힙니다. 무심(無心)했던 것에서 유심(唯心)의 길이 보이는 시간입니다.
2,500여 년 전 스물아홉 살의 청년 고타마 싯다르타는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왕자의 자리와 아내, 아들을 버렸습니다. 스스로 깨달아 '붓다'가 된 그는 그 답을 묻는 사람들에게 '무소의 뿔처럼 혼자가라'고,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혼자 가라'고 빛나는 길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 하나 버리지 못하는 욕심 많은 존재입니다.
삶이 한정식 식당에서 쉬지 않고 밥을 먹는 일 같습니다. 산해진미의 음식을 다 먹고, 끓인 누룽지를 먹고, 후식으로 과일까지 먹고 커피를 청하는 욕심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일어서야 할 시간입니다. 일어서서 걸어가야 할 시간입니다. 시드는 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마른 잎 속에도 참으로 많은 길들이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잎은 시드는 것이 아니라 제 속의 자유로운 길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람이 찾는 모든 질문의 답도 사람 속에 길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11월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시들면서 더욱 뚜렷해지는 은현리의 길 위에서 나는 나에게로 가는 한길만을 생각하는 날입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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