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배추 등 농산물 가격 폭등, 휘발유 가격 ℓ당 2,000원 돌파 등 올해 3분기(7~9월)를 강타한 고물가의 후폭풍은 컸다. 같은 물건을 사도 작년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해 적자가구 비율이 6년 만에 최고치에 올라섰고, 가계 빚이 늘면서 이자 비용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명목소득은 월 평균 389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5%, 지출은 319만원으로 6.2% 각각 증가했다. 명목소득 증가율이 6%대에 올라선 것은 작년 3분기(6.1%) 이후 1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고물가의 영향으로 실질소득 증가율은 명목 증가율의 4분의 1인 1.6%에 그쳤다. 특히 교통요금(12.6%), 의류ㆍ신발(9.4%), 식료품(7.0%) 등이 크게 올라 지출이 소득을 초과한 적자가구 비율도 28.2%에 달했다. 3분기 기준으론 2005년(28.3%)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소득 1분위(하위 20%)의 적자가구 비율은 59.3%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2분위(31.8%)와 3분위(22.5%)도 지난해 3분기보다 각각 3.6%포인트, 1.8%포인트 상승했다. 중산층 이상인 4분위(17.7%)와 5분위(9.5%)의 적자가구 비율은 소폭(0.1~0.2%포인트) 하락했다.
가계 빚이 증가하면서 이자로 내는 돈도 크게 늘었다. 올해 3분기 월 평균 이자비용은 9만300원(전년 동기비 12.6% 증가)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가구마다 매년 대출 이자로만 108만3,600원을 지불하는 셈이다. 연 평균 이자비용은 올해 2분기(103만5,600원)에 처음 100만원을 돌파했다.
다만,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소득5분위 배율(5.19)은 지난해(5.23)보다 소폭 개선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득 양극화 현상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글로벌 재정위기 등 경제 상황이 불확실해 저소득 취약계층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자리 창출, 가계 빚 부담 완화 등 서민 안정대책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