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아버지가 순직하셨다고요? 돌아가신 지 50년도 넘은 분이 갑자기 무슨….”
부산에 살고 있는 이영호(63ㆍ사진)씨는 최근 국방부조사본부의 전화를 받고는 사기전화라고 여겼다. 자신이 8살 때 변사한 자신의 아버지가 순직하셨다는 느닷없는 소식을 믿을 수가 없었던 것. 이씨가 보이스피싱으로 알고 연거푸 전화를 끊자, 며칠 뒤 이씨의 부산 자택으로 국방부조사본부 사망사고민원조사단(이하 조사단) 단원들이 직접 찾아왔다. 그들이 내민 것은 아버지인 고 이상태 일병(사망 당시 31세)이 1956년 경기 연천군에서 군 복무 중 폭발사고로 사망했다는 관련 서류와 생존 전우들의 진술 내용이었다.
“아버님은 이제 순직으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6.25 직후 나라가 혼란스러워 아픔을 드렸던 점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늦게나마 국립묘지에 모시니 고인이 한을 푸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사단의 설명을 듣고서야 상황을 파악하게 된 이씨는 자신이 요청도 하지 않은 50년 전 흔적을 찾아준 군 관계자들이 고맙기도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마지막 길이 안쓰럽기도 해 말을 잇지 못했다.
고 이상태 일병은 6.25가 한창이었던 53년 4월 입대해 전쟁 직후인 56년 2월 순직했다. 하지만 당시 행정미비로 변사처리됐다. 전쟁 통에 뿔뿔이 흩어졌다 만나는 일이 흔한 때라 유족들도 이 같은 사실을 모른 채 살아왔다.
조사단은 지난해 다른 사망사고를 조사하던 중 고인의 사망을 비롯한 4건의 사고가 군 부대 업무와 관련된 사고라는 단서를 확보하고, 1년 6개월간 당시 전우를 수소문하고 50년 전 행정서류를 훑으며 순직의 구체적 증거물을 발굴했다. 이렇게 고인을 포함 고 명창재 하사, 고 정찬효 이병, 고 김경한 상병 등 모두 네 사람이 지난달 24일 육군본부전사망심의위원회에서 순직 인정을 받고 국가유공자로 지정됐다.
아버지 없이 고된 삶을 살아온 이씨는 “옛 전우를 만나고 서류를 뒤지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끝까지 부친의 명예를 찾아줘 감사하다”며 감격했다.
조사단장 김지환 대령(52)은 “많은 유가족들이 고령이 돼 민원 제기 방법 등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도 민원신청 여부에 관계없이 불확실한 사망사고를 발견하면 적극적인 조사활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사망사고민원조사단은 2006년 창설돼 현재까지 578건의 사망사고 관련 조사를 해왔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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