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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동아시아정상회의 앞두고 신경전/ 원자바오 "남중국해, 외세 개입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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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동아시아정상회의 앞두고 신경전/ 원자바오 "남중국해, 외세 개입 안돼"

입력
2011.11.18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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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 미국의 개입을 견제하는 발언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원 총리가 1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14차 중국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연설에서 "외부 세력은 (남중국해 문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남중국해 분쟁은 수년간 이어져온 문제"라며 "문제가 있으면 관련 당사국의 우호적 협의와 논의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는 19일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대답으로 해석된다. 원 총리가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남중국해 문제가 정식 의제로 거론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미국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원 총리는 대신 "중국은 패권을 추진하지 않으며 영원히 ASEAN의 좋은 이웃이자 친구,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손잡고 있는 필리핀과 베트남 등 남중국해 분쟁 당사자들과 중국이 일전을 벌이는 대결의 장으로 EAS가 변질되는 것을 극히 경계하고 있다. 이날 중국ㆍ ASEAN 정상회의에서는 중국의 반대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가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 총리는 전날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가진 회담에서 "새 회원국(미국) 가입이 EAS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면서도 "회의체의 결속에 방해되는 각종 요인은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웨이민(劉爲民)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17일 "남중국해 분쟁에 비(非) 당사국, 외부세력이 개입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한다"고 미국을 겨냥했다.

중국은 미국이 호주에 미군기지를 운영키로 한 것에 대해서도 "남태평양의 중요 국가인 호주는 중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이라며 "특정국가와 관계를 발전시킬 때 제3국과 해당 지역의 이익 및 평화와 안정을 고려하기를 희망한다"고 우회적인 우려의 뜻을 전달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박 공세를 늦출 기색이 없어 보인다. 미국은 호주 미군기지 설치에 이어 필리핀과도 군사동맹 강화에 나섰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EAS 참석에 앞서 17일 필리핀을 방문해 남중국해 분쟁사태 발생시 필요한 소형 쾌속정을 내년에 무상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8월에도 필리핀에 쾌속정을 전달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정면 대응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핵심이익인 남중국해 문제는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당사국들과의 협상을 통해 충돌을 피하는 기존 전략을 고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중국 지도부는 내년 정권교체기를 앞두고 미국과의 정면 충돌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등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 호주 등과의 군사협력 강화 등으로 불거진 미중의 갈등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EAS 정상회의장에서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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