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가 유명 소설가들이 필진으로 참여한 대형 출판사의 강(江) 에세이 시리즈 출간에 수억 원을 지원키로 한 사실이 확인됐다. 출판사 측은 정부의 4대강 사업과 무관한 내용이라고 밝혔지만, 4대강 관광 홍보에 주력하고 있는 관광공사로부터 거액의 지원금을 받기로 한데다 출간 예정인 4편 모두 4대강을 소재로 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17일 "올해 6월쯤 김영사와 계약을 맺고 영산상과 낙동강에 관한 작품 출간에 각각 1억 5,000원만씩 총 3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며 "내년에는 한강과 금강에 관한 작품 지원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영사는 올해 안에 시리즈 첫 권으로 소설가 한승원씨가 집필한 영산강 관련 에세이를 발간하고, 내년 2,3월쯤 소설가 김주영씨가 쓰는 낙동강 관련 에세이를 낼 계획이다. 김영사에 따르면 두 작가의 작품은 강에 얽힌 역사와 문화, 강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영사는 이어 내년 출간을 목표로 소설가 김훈씨와 박범신씨에게도 각각 한강과 금강에 관한 작품 집필을 의뢰했다.
김영사 관계자는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하게 우리 강에 대한 문화ㆍ역사ㆍ인류학적 고찰을 위해 기획한 시리즈로, 더 좋은 퀄리티의 책을 내기 위해 정부의 여러 출판 지원금 중 하나를 받는 것일뿐"이라고 말했다. 김영사측은 다른 강들에 대한 에세이도 계속 출간할 계획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 기관이 작품 한 편에 1억 5,000만원을 지원하는 것은 통상의 출판 지원금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우수학술도서는 편당 구입지원금이 1,000만원, 우수교양도서는 편당 500만원이며 간행물윤리위원회가 공모를 통해 선정하는 학술 및 교양 우수저작의 지원금도 편당 1,000만원이다. 대한민국학술원의 우수학술도서 구입지원금은 편당 1,000만~2,000만원이며, 한국연구재단이 3년간 지원하는 인문저술출판사업의 지원금도 편당 3,000만원이다.
김영사의 해명과 달리 한국관광공사측은 이번 지원이 4대강 주변 관광 홍보와 관련된 것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9월 금강 세종보 개방을 시작으로 4대강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대대적인 4대강 관광 홍보에 나섰고, 관광공사도 4대강 주변 자전거 투어 및 주변 관광지와 연계한 10대 명품 관광상품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출판 지원은 4대강의 관광 활성화를 위한 스토리텔링 개발 차원에서 문화부 주관 하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책이 나오면 일정 분량을 관공서 등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대강 관광자원 개발사업을 추진중인 문화부 녹색관광과 관계자도 "강변 스토리텔링 발굴을 위해 문화부 예산으로 지원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작가들은 그러나 관광공사의 지원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서울 생활을 접고 1997년부터 고향 전남 장흥에서 생활해온 한승원씨는 "영산강에 대한 인문학적 탐사를 담은 책을 오래 전부터 쓰고 싶었다"며 "관광공사가 지원하는지 모르고 김영사와 계약했는데, 괜히 4대강 사업과 관련된 것으로 오해를 살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주영씨도 "4대강 사업과 무관한 내용의 글이고, 지원 사실도 모른다"고 말했다. 출판계 한 관계자는 "많은 문학인들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온 상황에서 문단의 어른들이 사정을 정확히 모른 채 정부의 4대강 홍보에 이용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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