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0일 트위터에 고사장 상황을 실시간 생중계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 경찰이 조사에 착수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소동은 한 재수생이 봇(bot) 프로그램을 이용, "헐 언어듣기 나온다" "아직 반 밖에 못풀었는데"와 같은 글들을 미리 저장한 뒤 자동 전송되도록 설정해 놓는 바람에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소동이 끝난 뒤 트위터 사용자들 사이에 봇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했다. 과연 봇은 무엇일까.
봇은 로봇(robot)의 줄임말로, 인간 행동을 흉내내도록 제작된 기계 또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하지만 트위터에서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동으로 글을 올리는 것은 물론 이용자가 가상의 인물이나 대상인 것처럼 가장해 운영하는 계정(수동 봇)도 봇으로 통용된다. 일부봇은 악의적으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정보와 재미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유익한 정보가 되는 봇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제공하는 '트윗봇'(@NDSL_kr)은 멘션(개별 답글)을 통해 원하는 자료의 종류와 검색어를 보내면 즉시 관련 내용을 볼 수 있는 웹페이지 주소(URL)를 보내준다. 음악 선곡이 고민이라면 '스포티봇'(@Spotibot)을 이용하면 그만이다. 좋아하는 가수나 그룹을 알려주면 비슷한 분위기의 다른 곡을 추천해준다.
지진을 경고하는 봇도 있다. '지진봇'(@earthquakebot)은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진도 5.0 이상의 지진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서울날씨봇'(@seoul_wt)은 매시간 서울 지역의 날씨를, '프로야구 점수봇'(@KBO scores)은 프로야구 경기 점수를 10분마다 알려준다.
가벼운 재미를 주는 봇
"가장 쉬운 숫자는 19만(쉽구만)" , "가장 착한 사자는 자원봉사자" , "화장실 다녀온 원숭이는 일본 원숭이" . '하이개그봇' (@highgag-bot)을 팔로우 하면 피식 웃게 만드는 글들을 올려준다. "전역하고 학교 혼자 다니는데 여자 후배가 나한테 싱글싱글 웃으면서 매일 인사해. 이제 고백만 남은 건가" 라고 말하는 '남자 착각봇' (@man-mistake-bot)이 있는가 하면, "저 좋단 남자한테 거절하기 미안해서 그냥 몇 번 웃고 넘겼는데 대충 이해하고 맘 접었겠죠?" 라고 말하는 '여자 착각봇' (@girlmistake-bot)도 있다. "노력한다고 항상 성공할 수는 없지만 성공한 사람은 모두 노력했다는 걸 기억해" 라며 '잔소리 해주는 봇' (@Jansori-bot)도 있고 "우정은 깡통 같은 거야. 찌그러질 수 있어도 절대 깨지지 않아" 등 의미 있는 글을 모아 올려주는 '좋은글봇' (@goodwriting-bot)도 인기가 많다.
봇은 익명 계정인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막말이나 욕설, 음란한 내용으로 이용자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인기 연예인 등 유명인을 패러디한 봇들이 인신공격성 글을 퍼뜨리는 것도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배운철 소셜미디어전략연구소 대표는 "트위터의 검색어 기능을 이용해 악성코드를 퍼뜨리는 음란 스팸 봇들이 많다"며 "문제 계정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차단(블록ㆍblock) 조치를 해서 계정이 정지되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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