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모임으로 술 마실 자리가 슬슬 늘어난다. 술 마신 다음 날 아침에 '토끼눈' 되는 사람도 많다. 흔히 술이 덜 깨서 그런가 보다 하고 말지만, 토끼눈은 알코올 자체보다는 잘못된 음주 습관 때문에 생기는 증상이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올라가면 말초혈관이 확장돼 얼굴이나 목이 붉어진다. 눈의 흰자위를 덮고 있는 얇은 결막에도 평소엔 잘 보이지 않지만 혈관이 많이 모여있다. 술을 마시면 이 혈관들도 확장되면서 눈이 빨개지는 것이다.
술자리가 밤 늦게까지 계속되면 결막은 점점 건조해진다. 잠을 자든 자지 않든 밤이 되면 원래 눈물 분비량이 줄어든다. 잠을 자기 때문에 잘 느끼지 못할 뿐 밤엔 누구나 어느 정도 안구건조증이 생기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밤 늦게까지 일을 하거나 술을 마시면 눈이 뻑뻑해짐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밤이라 눈이 건조해진 상태에서 밀폐된 공간 안에 가득 찬 담배 연기나 고기 굽는 연기 등으로 자극까지 받으면 다음날 아침까지가 아니라 아예 며칠 동안 충혈이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연세플러스안과 이재범 원장은 "이럴 때 약국에서 혈관수축제가 들어 있는 안약을 사다 넣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충혈된 눈을 일시적으로 하얗게 만들어주긴 하지만 자주 사용하면 눈 건강에 매우 좋지 않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가능한 2, 3차로 이어지는 술자리를 피하고, 송년모임에서도 창문을 열어 환기를 자주 시키라고 이 원장은 조언한다.
늦은 술자리 다음날 많이 찾는 곳이 바로 사우나. 사우나 역시 토끼눈을 만드는 데 한몫 한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인체는 열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혈관을 확장시킨다. 이 상태에서 사우나의 수증기까지 눈을 자극하니 눈은 더욱 빨갛게 충혈된다. 눈 혈관이 확장되면 혈관에서 여러 가지 물질이 밖으로 배출돼 나온다. 사우나 후 이상하게 눈곱이 많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원장은 "뜨거운 탕 안에 오래 있지 말고 특히 습식 사우나에선 수시로 눈을 감아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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