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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전시회 연 조영남 "작품에 없는 여친들 항의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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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전시회 연 조영남 "작품에 없는 여친들 항의 거세"

입력
2011.11.1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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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박미선, 피아니스트 노영심, 아나운서 나경은 등 29명 여성의 얼굴 사진 아래 유화 물감으로 황토색 갑옷을 그려 넣었다. 먼저 세상을 떠난 행복전도사 최윤희씨와 김점선 화백, 장영희 교수도 보인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가수 겸 화가인 조영남(66)씨와 친하다는 것뿐. 제목은 진시황릉의 토우 '병마용갱'과 흡사한 '여친용갱'이다.

'그림, 그거 별거 아냐'라고 말하는 듯한 작품 앞에서 웃음이 난다. 참 조영남다운 그림이랄까. 미술의 권위를 집어 던지고 유머와 의외로움으로 무장한 조영남의 전시 '극동에서 온 꽃'이 17일 개막했다. 서울 신사동에 새로 연 극동갤러리 개관전으로, 1970년대 그림부터 최신작까지 30여 점을 추려 선보였다.

"진시황은 테라코타로 병사를 조각해 무덤을 지키게 했지만 나는 그 자리를 여자친구들이 대신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그려놓으면 내가 죽어 혹시라도 역사에 남게 되면 내게 적어도 29명의 여자친구가 있었다고 할 거 아니에요?(웃음)"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작품에 담지 못한 여친들이 항의가 거세다"는 우스갯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그림이 좋아 무작정 그렸다는 그는 한국, 일본, 중국, 미국에서 100차례에 가까운 전시를 열었다. 본격적으로 화가의 타이틀을 달게 된 건, 1990년 미국 시몬슨 갤러리에서 초청 개인전을 열면서다. 그의 대표작으로 화투 그림이 첫 손가락에 꼽히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화가 조영남의 다양한 면모를 만날 수 있다. 회색빛 지붕을 서로 맞대고 선 청계천 부근 동네를 담은 유화 '청계천 풍경'(1973)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작풍을 보여준다.

"내게 영향을 미친 화가는 세 명 정도 돼요. 초기 유화를 그리던 시기엔 러시아계 독일 화가인 니콜라 드 스탈 그림에 푹 빠져 많이 모방했죠. 이후엔 재스퍼 존스 그리고 마지막은 백남준이죠. 동양인으로서 세계적인 거목이 된 백남준은 내 평생에 본 가장 해박한 분이죠. 특히 존경합니다."

화투 그림과 더불어 대표작으로 꼽히는 태극기 그림도 다수 걸렸다. 황금빛의 변형된 태극기 신작도 선보였는데, 태극기에 대한 추억은 대학시절부터 친구였던 김민기(극단 학전 대표)의 방에서 본 태극기 그림에서 출발한다. "당시엔 어설프게 그린 태극기가 유치해 보였는데, 내 생각이 유치했던 거지. 미국에서 갤러리, 미술관을 발이 닳도록 다녔는데, 그때 재스퍼 존스의 성조기 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태극기는 그때부터 그리기 시작한 거지." 헝겊, 소쿠리 등을 이용한 태극기의 변주도 흥미롭다.

이번 전시에는 아래쪽을 가방으로 가린 누드 사진과 화투를 콜라주한 '자화상'과 조형적 요소를 살린 입체 화투도 첫 선을 보인다. 12월 21일까지. (02) 514-0646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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