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시장 주민소환이 투표율 3분의 1 요건을 넘기지 못해 무산되자 주민소환제 자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고발이 정략적으로 악용되고, 불필요한 투표로 예산이 낭비된다는 지적들이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들은 지방자치제의 중요 제도 중 하나인 주민소환제의 필요 자체를 의심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2007년 5월 주민소환제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모두 29건의 청구가 있었으나 실제로 투표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나머지는 아예 발의조차 되지 못했으며, 세 번의 투표 가운데 경기 하남시의 경우(2007년 9월) 시장과 시의원 2명에 대한 투표 결과 시의원만 37.6%의 투표(과반수 찬성)로 소환됐다. 이런 결과만 보면 주민소환제 무용론이 고개를 들 수도 있겠으나, 내용을 살펴보면 주민소환제가 갖는 단체장에 대한 통제와 견제라는 목표에 기여하고 있다고 보인다.
과천시장의 경우 17.8%라는 턱없이 낮은 투표율로 주민소환이 무산됐지만 주민소환을 청구한 효과는 거두었다고 판단된다. 소환청구와 발의가 이어지는 동안 시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주민들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고 앞으로도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하남시장의 경우 31.3%의 투표율로 주민소환을 겨우 피했으나 이후 주민들의 뜻을 존중하는 쪽으로 정책을 배려해 나갔다. 발의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했던 다른 경우에도 해당 단체장이나 의회의원들이 주민들을 설득하고 타협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행 주민소환제를 개선할 여지는 있다. 대상에 따라 정당한 청구권자의 10~20% 서명이 있으면 선거관리위원회는 사유와 무관하게 투표를 허락하도록(소환발의) 돼 있어 정략적 서명ㆍ발의나 집단이기주의가 개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구요건만 규정하고 있는 현행 법을 보완해 행정안전부든 중앙선관위든 청구사유를 여과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자는 지적에는 공감한다. 청구사유를 제한하는 내용은 현행 발의요건을 존중해 최소한의 범위로 한정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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