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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범죄 느는데 교정 프로그램 뒷걸음질/ 13세 女절도범 "교정따윈 됐으니 담배나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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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범죄 느는데 교정 프로그램 뒷걸음질/ 13세 女절도범 "교정따윈 됐으니 담배나 줘요"

입력
2011.11.1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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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에 사는 A(13)양은 지난달 다른 학생의 유명 브랜드 운동화와 값비싼 스마트폰을 강제로 빼앗은 혐의로 두 번이나 경찰서에 붙잡혀 조사를 받았다. A양이 상습 절도로 경찰서를 드나든 것만 여덟 번. 처음 범죄를 저질렀을 때 교정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A양은 달라지지 않았다.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범이라 매번 풀려나 절도를 반복하고 있다. A양을 여러 번 검거한 경찰 관계자는 “A양은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죄의식이 없고 심지어 경찰관에게 담배를 달라고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 번 범죄를 저지른 후 또 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교정프로그램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소년범 재범률은 2006년 29.2%에서 지난해 35.5%로 5년 새 6% 포인트 넘게 증가했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재범을 막기 위해 경찰청이 청소년수련관 등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는 유일한 교정 프로그램인 ‘사랑의 교실’ 예산은 나아지는 게 없다. 2009년 1억5,100만원이었던 예산은 지난해 1억1,800만원, 올해 1억4,800만원에 불과하다.

사랑의 교실 프로그램은 인성 교육, 통합예술치료 등을 통해 소년범 초범들을 교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소년범을 교정하기에는 프로그램 시간이 턱없이 짧고, 질도 낮다는 평가가 많다. 사랑의 교실에서 고등학생은 4시간, 초ㆍ중학생은 총 8시간 교육을 받는 게 전부다. 또 내밀한 속마음을 듣고 이를 풀어주기 위해선 1대1 상담이 필요하지만 40~50명이 한번에 수업을 듣는 경우도 있다. 적은 예산으로 전국 38개 위탁기관에서 연간 약 6,000~7,000여명의 소년범들을 다루다 보니 내실화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사랑의 교실을 수강했던 B(16)양은 “나 자신을 잘 알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교육 시간이 너무 짧았다”며 아쉬워했다. 지난 4월 절도죄로 이 프로그램을 수강한 C(17)군 역시 “사람이 많아 어수선했다. 3, 4명만 참여해 내 문제를 진지하게 상담 받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청소년수련관 관계자는 “미술 교육 한번으로 어떻게 소년범의 마음을 치료하겠느냐”며 “하루 만에 소년범을 교정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제도적으로도 문제다. 사랑의 교실은 법적 의무 수강 프로그램이 아니어서 소년범이 듣기를 거부하면 그만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이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소년범들은 의무적으로 교정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또 사랑의 교실에 참여하더라도 학교에서 수업으로 인정해주지 않아 참가하려면 학교를 빠져야 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소년법을 개정해 소년범들이 반드시 교정 프로그램을 듣도록 하고, 수업으로 인정해주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며 “청소년 비행은 대부분 죄의식이 없기 때문에 처음에 각성의 기회를 주면 재범을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사랑의 교실 예산 확충을 요구했지만 잘 반영되지 않았다”며 “내년부터는 소년범 초범에 대한 경찰서에서의 심리 상담 부분이라도 확충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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